[칼럼] 일본 청년에게 배우는 ‘다른 길’ ― 마일드 양키가 던지는 메시지

오늘 우리 학교에서 대학 입시 면접시험이 있었다. 지원자들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선택한 활동을 스스로 설명하고, 그 경험 속에서 어떻게 진로를 찾았는지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동아리든 지역 활동이든,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왜 했는지를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이었다. 그 뒤에는 하고 싶은 일을 존중해주는 부모의 지원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은 일본에서 ‘마일드 양키(Mild Yankee)’라고 불리는 젊은 층의 삶의 방식과도 연결된다. 마일드 양키란, 대도시 경쟁에 뛰어들지 않아도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일상을 꾸리고 가족과 친구를 중심으로 삶을 꾸리는 지방 기반의 젊은층을 말한다. 과거의 반항적 양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며, 지역 커뮤니티를 지탱하는 중요한 생활자층으로 재해석된다. 일본 사회가 다양한 삶의 모델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명문대–대기업’이라는 단일한 성공공식이 지나치게 강하다. 많은 청소년이 중·고등학교 시절을 학원에서 보내며, 사회 경험의 기회를 놓친다. 한 방향으로만 달려온 만큼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마주할 때 좌절감도 깊다. 이는 청년이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할 시간을 빼앗는 구조다.

물론 일본의 청년이 모두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최소한 ‘정답이 하나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제도와 문화 속에서 보여준다. 지방에서 살며 지역 기업에서 일하는 삶도 자연스럽고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마일드 양키라는 개념은 이처럼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상징한다.

오늘 면접장에서 본 학생들은 점수가 아닌 ‘경험’을 이야기했다. 무엇을 좋아하고, 왜 선택했고, 그 경험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차분히 설명했다. 이런 선택과 탐색이 가능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한국도 이제 단선적 경쟁 구조에서 벗어나 더 많은 갈림길을 제시해야 한다. 모두가 화이트칼라가 될 필요는 없고, 모두가 대기업을 목표로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청년이 스스로 선택한 길을 존중받는 일이다.

마일드 양키가 상징하는 삶의 방식은 한국 사회가 잊고 있는 ‘여러 개의 괜찮은 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다양한 삶을 인정할 때 청년의 좌절은 줄고 가능성은 넓어진다. 한국도 이제 단 하나의 길이 아니라, 여러 개의 좋은 길을 준비해야 한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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