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02세 어머니를 살해한 71세 딸… 초고령 사회가 만든 구조적 실패와 한국의 정책 과제

도쿄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102세 치매 어머니 살해 사건’은 개인의 극단적 선택을 넘어, 초고령 사회가 맞닥뜨린 돌봄 정책의 구조적 실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71세 딸은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홀로 돌보며 10분마다 반복되는 화장실 요구, 밤낮없는 부축, 새벽 시간대의 낙상 사고, 그리고 긴급 구조 요청마저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한계에 내몰렸다. 어머니는 단 이틀 뒤 요양시설에 입소할 예정이었지만, 돌봄 공백은 그 ‘이틀’조차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다.

일본 온라인 여론은 이번 사건에 대해 “무죄가 돼야 한다”, “너무 불쌍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견딜 수 있겠느냐”, “국가가 더 일찍 개입했어야 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는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돌봄 부담을 가족에게 전가해온 일본의 정책 구조가 한계를 맞았다는 집단적 인식이다. 이런 여론은 한국이 반드시 귀담아들어야 할 경고이기도 하다.

일본의 고령화율은 2023년 29.1%, 세계 1위다.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 가구의 63.5%에서 돌보는 사람도 65세 이상이며, 35.7%는 양쪽 모두 75세 이상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이미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사회’가 일상화되었고, 돌봄의 최전선이 사실상 고령자 개인의 체력과 정신력에 의존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이 구조로 더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고령화율은 2024년 18.2%지만 증가 속도는 OECD 최고다. 치매 환자는 약 102만 명, 2030년에는 120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치매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9년 4.2조 원에서 2030년 9조 원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통계는 단순한 노인 인구 증가가 아니라, ‘한국 역시 곧 70대가 100세 부모를 돌보는 사회’가 된다는 분명한 신호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한국은 같은 비극을 피하기 위해 어떤 정책 조정을 해야 하는가.

첫째, 가족 중심 돌봄 체계의 해체와 공공 중심 전환이 시급하다.

한국은 여전히 ‘가족이 부양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시대에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서비스 범위 확대, 방문 돌봄 인력의 확충, 지역사회 돌봄센터의 상시 운영 등 국가 주도의 돌봄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다.

둘째, 돌봄 위기 상황에 대한 긴급 개입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일본 사건에서 딸이 119에 연락했음에도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은 돌봄 위기를 ‘응급 상황’으로 보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돌봄 위기는 재난과 같으며, 지자체-보건소-119-요양지원센터가 연동되는 통합 ‘돌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셋째, 요양시설 입소 대기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

일본 사건은 ‘입소 직전 이틀’이 가장 위험한 시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도 요양시설 대기 기간이 지역에 따라 수개월에 이르며, 대기 중 돌봄자가 극심한 부하에 노출된다. 긴급 단기 입소 제도 확대, 국가 차원의 공공 요양시설 확충이 필수적이다.

넷째, 돌봄자의 휴식권 보호를 법제화해야 한다.

돌보는 사람 역시 고령자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에서,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단기 대체 서비스, 공공 방문 간호, 긴급 대체 돌봄 인력 풀(pool) 운영 등 돌봄자의 ‘쉼’ 지원 정책은 사회적 투자다.

다섯째, 치매 정책을 복지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안전 정책으로 격상해야 한다.

치매는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일본이 경험한 사건은 치매 정책의 사각지대가 어떤 형태로 폭발하는지를 보여준다.

102세 어머니를 살해한 71세 딸을 단순히 범죄자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초고령 사회에서 가족에게 돌봄을 떠넘긴 결과가 빚어낸 구조적 실패다. 일본 국민들이 보인 동정 여론은, 결국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희생자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직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국이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결정이다. 돌봄을 개인에게 맡길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책임지는 체제로 전환할 것인가. 그 선택이 한국 사회의 10년 뒤를 결정할 것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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