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국어 수업 급감…공교육 외연 축소로 ‘다언어 교육’ 위기

대학입시에서 제2외국어의 반영 비중이 줄면서 고등학교 현장에서 제2외국어를 개설하지 않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고교의 17.8%가 영어를 제외한 제2외국어 과목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2021년(16.0%) 이후 매년 증가 추세다.

개설된 제2외국어 과목 또한 일본어와 중국어에 편중돼 있다. 전체 개설 학교의 92.3%가 이 두 언어를 채택하고 있으며, 프랑스어·스페인어가 각각 93곳, 독일어 61곳, 러시아어 16곳, 베트남어 3곳, 아랍어는 2곳에 불과하다. 사실상 독일어·스페인어·러시아어 등 ‘특수외국어’ 교육의 기반이 붕괴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외국어 교과군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뀐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한 고교 중국어 교사는 “입시 실익이 줄면서 학생들이 제2외국어를 기피하고, 학교도 수요 부족을 이유로 폐강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회·과학 중심으로 쏠림이 심화되며 국제 감각을 키울 기회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제2외국어 수업시간을 자율학습 시간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교육 현장에서 다언어 교육의 필요성이 외면받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다문화 배경 학생이 늘어나는 만큼 특수외국어 전공자들이 다문화 밀집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하도록 대학과 학교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대학은 다국어 인재를 양성하고, 초·중·고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언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다언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입시 중심의 선택 과목 체계에서 벗어나 외국어 교육을 미래 인재 역량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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