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가 제시한 ‘기술공화국’의 비전, 새로운 산업정책의 방향은?

미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회사의 CEO 알렉스 카프는 스탠퍼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에서 사회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자 출신 경영자다. 그는 기술을 국가의 철학적 토대로 삼자는 급진적인 구상을 내놓으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신간 『기술공화국(The Technological Republic)』에서 카프는 “실리콘밸리는 더 이상 사진 공유 앱이나 광고 기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기술의 목적을 국가 안보와 문명적 결속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냉전기의 ‘군산복합체’를 부정적 유산이 아닌, 기술 주권을 지키는 핵심 구조로 재해석했다.

그의 논리를 따르자면 산업정책의 방향은 세 가지로 전환된다.
첫째, 정책 목표가 단순한 경제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에서 벗어나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 확보로 옮겨간다.
둘째, 정책 주체가 관료 엘리트가 아니라 기술 전문가 집단으로 대체된다.
셋째, 정책 방식은 행정적 조정이 아닌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한 기술적 설계가 중심이 된다.

이는 전통적인 동아시아 개발국가가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성장하던 모델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술공화국’의 산업정책은 인공지능 무기, 감시 시스템, 국가 데이터 인프라 등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질서를 제시한다. 다시 말해 경제정책이 정치철학으로 변하고, 산업이 기술권력의 도구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크다. 기술공화국이 효율성과 국가 통합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민주적 통제와 개인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가 ‘기술적 이상국’을 꿈꾸는 동안, 우리는 기술이 인간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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