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겨울, 나는 처음으로 와세다대학교를 방문했었다. 캠퍼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였다. 초록빛과 노란빛이 어우러진 거리 풍경은 따뜻하고 생동감 있었다. 처음 마주한 와세다는 생각보다 훨씬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학생들의 표정 속에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느낌이 느껴졌다.

나는 영상과 사진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때부터 학교 영상 동호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카메라를 손에 쥐고 친구들과 학교의 일상을 담아왔다. 체육활동 시간에 친구들의 활기찬 모습, 수학여행에서의 웃음 가득한 순간을 기록할 때마다 셔터 소리와 함께 그 순간의 감정이 내 마음속에 남았다.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표정과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최근 학교 책자에 내가 찍은 사진이 실렸을 때, 내가 담은 장면이 누군가의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가마쿠라를 방문했을 때는 일본의 전통적인 문화를 직접 마주하며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신사 앞에 정갈하게 쌓인 사케 통이 인상 깊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만 보던 일본 전통문화의 한 장면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고,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문화가 시간 속에서도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기록한다’는 행위가 단순히 이미지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하나의 언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찾은 와세다 대학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이야기’가 살아 있었다. 미디어 전공을 꿈꾸는 고등학생으로서 ‘대학이 어떻게 콘텐츠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되는가’를 느껴보고 싶었다. 캠퍼스 곳곳에는 학생들의 프로젝트 포스터와 교내 방송 동아리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학생식당 벽면에는 자체 제작한 영상 행사 홍보물이 걸려 있었다. 이곳이 하나의 제작 현장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대학에서 이 감정과 시선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다. 와세다대학교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세상을 관찰하고 사람의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학교라는 점에서 나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나는 ‘내가 찍는 한 장면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언젠가 이곳에서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고, 그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경한국학교 신홍준 인턴기자
2025년 10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