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경쟁 분산이냐 서열 재편이냐

이재명 정부가 내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교육개혁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성공의 조건은 단순하지 않다. 교육 시장의 불균형 구조와 ‘망(네트워크)’ 효과를 해소하지 못하면, 또 다른 서열 재편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의 골자는 서울대 수준의 국립대 10곳을 거점으로 삼아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점국립대의 현실은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가 크다. 학생 1인당 교육비와 연구 인프라, 교수 충원율 등 모든 면에서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단순히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학문적 문화, 자율성, 인사체계가 함께 바뀌지 않으면 질적 도약은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의 성패가 ‘망 만들기’ 동기 제거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명문대 중심의 네트워크 경쟁에 과잉투자하는 한, 새로운 서울대가 열 개 생겨도 입시 집중은 반복된다. 소비자 욕망을 완화하려면 시험 중심 평가 체계를 줄이고, 학업 성취와 공공성을 함께 고려하는 선발제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성공 조건은 명확하다. 첫째, 재정 투입은 균형 투자와 단계적 확장 방식으로 가야 한다. 둘째, 교원 확보와 인사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와 책임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대학 간 상생 체계를 통해 지역대학의 공동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거점국립대는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특성화를 추진하고, 서울대는 법인대학이 아닌 국립대로서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의 공공성은 단지 제도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재건하는 토대라는 것이다.

결국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재정 문제가 아니라 인센티브 설계의 문제다. 시험 위주의 경쟁과 서열 의식, 망효과에 기대는 구조를 해체하지 않으면 새로운 서울대가 아니라 또 하나의 ‘특권대학 연합체’만 늘어날 뿐이다. 경제학적 개혁은 구조보다 동기를 바꾸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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