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화합물반도체 전쟁’ 중…한국, 생태계 정비가 먼저다

차세대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화합물반도체(Compound Semiconductor)를 둘러싸고 글로벌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을 중심으로 한 이 시장은 2025년 138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30년 254억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실리콘이 한계에 부딪힌 고주파·고전압 영역을 대체할 기술로 꼽히며, 전기차·5세대(5G) 통신·방위산업·AI 서버 등 차세대 산업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욜그룹(Yole Group)은 화합물반도체 시장이 2024~2030년 연평균 1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기차 확산에 따른 SiC 전력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자동차 전장 분야가 연평균 22%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 인프라 분야는 5G 기지국 확대와 데이터센터 수요로 연평균 9%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은 울프스피드·온세미컨덕터를 중심으로 뉴욕과 노스캐롤라이나에 대규모 SiC 산업단지를 구축했다. 유럽의 인피니온은 300mm GaN 웨이퍼 양산 체계를 완비하며 우주·방산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은 미쓰비시전기·로옴·덴소가 도요타와 수직 공급망을 구축해 내수 중심의 안정적 생태계를 유지 중이다. 대만은 세계 최대 GaAs 파운드리 클러스터를, 싱가포르는 10억싱가포르달러(약 1조원)를 투입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단지를 조성 중이다. 중국 역시 대규모 보조금으로 SiC·GaN·마이크로LED 산업단지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기술력 면에서 세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K실트론 CSS는 SiC 웨이퍼 분야 글로벌 공급사로 자리 잡았고, 삼성전자는 2025년 8인치 GaN 전력반도체 양산을 예고했다. LG전자, DB하이텍, RFHIC, 웨이브피아 등도 각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기업·연구기관·소재업체가 산재해 있어 생태계가 파편화돼 있다는 지적이 크다.

이에 정부는 화합물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나노기술원이 중심이 된 ‘화합물반도체기술협의회(CSTA)’를 발족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28년까지 국비 939억·민간 446억 등 총 1385억원을 투입해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투자 이상의 ‘클러스터 중심 생태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한국은 기술은 앞서 있지만 전용 산업단지와 수직계열화 체계가 미약하다”며 “기업-대학-출연연구원 간 네트워크 강화와 전략형 R&D, 인재 유출 방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화합물반도체는 단순한 소재가 아닌 전기차·AI·5G·우주 산업의 ‘기초 인프라’다.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은 협력과 생태계다. 세계가 이미 전쟁에 돌입한 지금, 한국의 다음 승부처는 ‘연결된 반도체 생태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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