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공간, 항공기 승무원 벙커의 세계

장거리 비행의 기내에는 일반 승객이 잘 알지 못하는 비밀 공간이 있다. 바로 승무원 전용 휴식실, 일명 ‘벙커(Crew Rest)’다. 공식 명칭은 ‘승무원 휴게실(Crew Rest Compartment·CRC)’로, 장시간 운항 시 승무원이 교대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된 구역이다.

대형 항공기의 구조에 따라 벙커는 기체 꼬리 부분이나 객실 상부·하부에 숨겨져 있다. 보잉 747-400의 경우 꼬리 날개 근처, 에어버스 A380은 객실 아래 공간에 위치한다. 일반적으로 좁은 통로를 통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구조이며, 최대 8명 안팎이 눕는 작은 침대 형태로 마련된다. 일부 신형 기종에는 암막 커튼, 개별 조명, 산소마스크, 인터폰, 모니터가 갖춰져 있고, 샤워실까지 설치된 경우도 있다.

사용 방식은 교대제다. 승무원 수보다 침대 수가 적어 2시간에서 5시간 정도씩 번갈아 쉬어야 한다. 휴식 환경은 편리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공간이 협소해 ‘관 속에 누운 듯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고, 기내보다 공기가 더 건조해 승무원들이 물수건이나 찜질팩으로 몸을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승무원들은 “좁지만 암막 커튼과 소음 차단 장치 덕분에 실제로는 숙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항공 규정상 장거리 비행에는 반드시 교대 휴식이 보장돼야 해 벙커는 안전 운항의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피로 누적으로 인한 실수를 줄이고, 승객 서비스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승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벙커는 항공사의 또 다른 안전 장치이자, 긴 비행을 지탱하는 승무원들의 ‘숨은 쉼터’다. 승무원들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이 작은 공간 덕분에 수천 km 하늘길의 안전과 편안함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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