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12월 울산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포니’는 한국 최초의 완전 국산 독자 모델이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외관을 설계했으며, 1976년 2월 첫 출시된 차종은 5도어 해치백이었다. 1,238cc 새턴 엔진과 4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80마력을 냈다. 출시 첫해 판매량은 1만726대였고,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 43.6%를 차지했다. 이듬해 점유율은 54.1%로 상승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 성장의 신호탄이 됐다.
1982년 등장한 ‘포니2’는 정통 해치백 스타일로 진화하며 5도어 해치백과 픽업 트럭 버전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 포니와 포니2의 총 생산량은 66만1,501대로 집계됐다. 특히 포니의 등장은 국내 연간 승용차 시장 규모를 1만8,000대 수준에서 1979년 8만9,000대 규모로 키우며 ‘마이카 시대’를 열었다.
포니는 다양한 파생 모델도 내놓았다. 픽업, 왜건, 1,400cc 모델, 자동변속기, 3도어 버전 등으로 구성됐으며 가격은 189만8,000원에서 290만7,000원대까지 책정됐다. 해외 수출은 1976년 에콰도르에서 시작됐고, 1983년 포니2는 캐나다에 진출해 5만여 대가 팔리며 베스트셀링카 반열에 올랐다. 이는 현대차가 북미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교두보가 됐다.
세월이 흘러도 포니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산업화의 상징이자 국민의 추억을 담은 차로 남아 있다. 수집가와 올드카 애호가들에 의해 복원된 포니 픽업이나 웨건은 ‘정직한 엔진룸의 느낌’을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수집가들은 포니를 두고 “이동 수단이 아니라 추억을 만든 공간”이라고 말한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포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뿌리이자, 올드카 마니아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모델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