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전형 과정에서 글씨를 또렷하게 쓰지 못하는 고교생들이 불이익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능 성적과 학생부,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는 현 체제에서 필기체의 가독성이 낮으면 내용 전달력이 떨어져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교육계에서는 이른바 ‘프레젠테이션 효과’가 입시에도 작동한다고 본다. 동일한 답안이라도 글씨체가 단정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필체가 난해하면 평가자가 피로를 느끼고, 채점 결과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서울 주요 대학 신입생 조사에서는 글씨체뿐 아니라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 전반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한 교수는 “내용이 좋아도 글자가 흐트러져 있으면 전달력이 떨어진다”며 “입시 단계부터 학생들의 표현력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학생들이 손글씨 연습에 소홀해진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온라인 제출이 늘었지만 여전히 학생부 기록, 교내 활동 보고서, 일부 논술 평가 등은 손글씨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글씨체가 알아보기 힘들면 평가의 공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 전문가들은 불이익을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에게는 글쓰기 훈련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대학 측에는 가독성에 따른 평가 편차를 줄이도록 채점 지침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시가 단순히 지식 암기력을 넘어 표현력과 전달력을 종합 평가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글씨체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교육 현장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