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조종사에게 화물기와 여객기 운항은 각각 다른 매력과 어려움을 안겨준다. 두 분야는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생활 패턴, 업무 강도, 인간관계까지 큰 차이를 드러낸다.
화물기 운항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음의 여유’다. 승객이 없으니 지연 승객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기내 난동이나 응급환자 발생 같은 돌발 상황이 일어날 이유도 없다. 조종사는 케이터링에서 자신의 몫을 자유롭게 꺼내 먹을 수 있고, 복장 역시 편하다. 라운드티나 츄리닝 차림으로도 문제 될 게 없다. 비행 중에도 승객 편의를 고려한 불필요한 우회 대신 원래 항로를 고수할 수 있어 운항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출입국 절차도 간단해 시간 소요가 줄어들고, 심야 비행이 많아 공항 혼잡에서 벗어나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 화물기는 비행 패턴이 거칠다. 짐이 무겁다 보니 항속거리가 짧아 여러 공항을 경유해야 하고, 짧은 휴식 뒤 바로 다음 비행을 이어가야 한다. 야간 운항 위주라 생체 리듬이 깨지고, 기내식 종류가 단조로워 쉽게 질린다. 좌석 공간이 협소하고 위험물 취급 규정도 숙지해야 해 긴장감이 크다.
여객기 운항은 상대적으로 ‘사람 중심’이다. 운항 패턴이 단순하고 대도시 위주로 취항하기 때문에 일정이 안정적이다. 객실 승무원이 다양한 기내식을 챙겨주고, AVOD 같은 기내 엔터테인먼트도 이용할 수 있다. 외롭지 않고 동료들과의 교류도 많다.
하지만 승객이 있다는 건 동시에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기내 난동, 의료적 응급상황, 연결편 지연, 악천후로 인한 일정 변경 등 수많은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지연 사태가 벌어지면 승객들의 불만은 조종실 문을 넘어 들려올 정도다. 안전벨트 사인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승객 때문에 조종사의 판단이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 잦다. 출입국 심사나 보안검색도 길고 번거롭다. 식사 선택권도 제한적이고, 화장실 이용조차 승객들과 함께해야 한다.
결국 선택은 조종사의 성향에 달린다. 자유롭고 단순한 업무를 선호한다면 화물기가 적합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활기가 있는 근무 환경을 원한다면 여객기가 맞다. 나의 경우 수많은 변수가 힘들기는 하지만 대도시에서 정기적 일정을 소화하고, 승무원들과의 교류가 있는 여객기 운항을 좀 더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