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인 걸그룹 ‘헌트릭스’가 무대 위 아이돌이자 악령 퇴치자로 활약하는 독특한 설정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전문가들은 이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배경으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첫째,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K-팝과 K-드라마 열풍이 진입 장벽을 낮췄다. 둘째, 라면 발음이나 민화 속 ‘까치호랑이’ 등 세부적인 생활·전통 문화 요소가 세밀하게 반영돼 현지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셋째, 제작진 상당수가 한국계 디아스포라로, 한국적 소재와 서구적 서사를 자연스럽게 융합해 글로벌 감각을 살렸다. 넷째, 극 중 가상의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의 곡이 실제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등 음악적 성공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다섯째, 화려한 비주얼과 함께 자기 수용, K-팝 산업에 대한 은근한 풍자 등 메시지가 결합돼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다만 우실하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 작품이 ‘한국 전통문화’를 차용했지만 퇴마 서사는 지나치게 서구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전통에서 귀신·악귀는 억울한 죽음으로 한이 맺혀 해를 끼치지만, 한을 풀어주면 저승으로 떠나는 존재다. 반면 이 작품의 악령왕 ‘귀마’는 처음부터 절대악으로 설정돼 영웅에 의해 제거된다. 이는 서구의 악마관과 흡사하며, ‘해원상생’이라는 한국적 문화 문법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전통문화 요소를 소환한다면 그에 맞는 전통적 퇴치 방식이 필요하다”며, 만약 귀마가 주인공의 노래로 한을 풀고 개과천선해 저승으로 돌아가는 결말이었다면 서구인들에게 더 강한 문화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흥행을 계기로 한국 창작자들이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서사 실험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아스포라 창작자와의 협업, 대중예술과 전통의 결합, 세밀한 디테일 구현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