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쿄 여름, 전통과 질서가 살아 숨 쉬는 마츠리의 도시

7월의 마지막 주말, 도쿄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마츠리 회장으로 변한 듯했다. 스미다강 불꽃축제를 비롯해 하치오지, 가구라자카, 에비스, 신주쿠, 그리고 마루노우치와 하네다까지—단 하루에 무려 7개 이상의 대형 전통행사가 도쿄 각지에서 열렸다. 마치 이 도시가 “지금이야말로 여름의 정점”이라고 외치는 듯한 풍경이었다.

스미다강 불꽃축제는 약 2만 발의 불꽃과 100만 명의 인파가 모이는 일본 최대급 행사로, 도쿄의 여름을 대표하는 명물이다. 하치오지에서는 4천 발 규모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가구라자카에서는 아이들의 춤이 포함된 전통 축제와 ‘아와오도리’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에비스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봉오도리가, 신주쿠에서는 오키나와 전통춤인 에이사(Eisa)를 중심으로 한 퍼레이드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런 축제들을 보면서 가장 놀라운 것은 참가자들의 태도와 전반적인 질서였다. 춤추는 이들은 물론이고, 단순한 관람객도 모두가 마츠리의 일부였다. 지역 상점가와 주민들이 앞장서 행사 운영과 청소에 참여했고, 축제가 끝난 후에는 쓰레기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이는 단순한 질서 유지 차원을 넘어서, 전통문화에 대한 존중이 생활 속에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유카타를 입고 거리로 나선 젊은 커플들과 가족들이다. 마츠리는 그들에게 단지 볼거리를 넘어, ‘참여의 문화’였다. 이처럼 일본의 전통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주는 일상의 의식이자 문화적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며, 한국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한복을 입고 거리를 퍼레이드하거나, 매년 반복되는 전통춤 행사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마주하기 어렵다. 일본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회지만, 한 번 뿌리내린 전통은 세월을 타지 않고 살아남는다. 어쩌면 이것이 일본이 가진 힘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정돈된 사회가 때로는 지나치게 보일 수도 있고, 자유로움보다는 형식과 관습에 얽매인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다. 하지만 ‘전통을 일상으로 만든다’는 면에서, 그들의 방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귀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전통을 특별한 날에만 꺼내 입고, 일상의 문턱 밖에 두곤 한다. 그러나 문화란, 일상이 될 때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쿄의 여름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전통이 삶의 일부로 존재하는 방식의 한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댓글 남기기

EduKorea New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