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집권기(2012~2020) 동안 북일 수교가 진전을 이루지 못한 배경에는 미국의 간접적 영향력과 양국 간 쟁점 사항, 국제정세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일 동맹의 구조적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아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최대 압박’ 정책과 밀접히 협력하며,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이는 일본이 독자적인 대북 협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미국은 직접적인 금지보다는 전략적 협력 구조를 통해 일본의 대북 접근을 제약하는 역할을 했다. 일본이 미국과 별개로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경우, 한미일 공조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애물은 북일 간의 쟁점들이었다. 특히 ‘납치 문제’는 아베 정부가 양국 관계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며 해결을 촉구했으나, 북한은 2014년 ‘스톡홀름 합의’를 파기하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과거 식민 지배에 따른 배상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의 군사력 강화도 북한이 수교 논의의 전제로 지속 제기해 온 사항들이다.
국제정세 변화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2018년 북한이 미북·중북 정상회담을 통해 대외적으로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독자 노선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남북 화해 움직임은 북일 관계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일본은 결국 한미일 공조 강화를 선택했다.
종합하면, 아베 집권기에 북일 수교가 진전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전략적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지만, 납치 문제와 역사적 갈등 등 북일 양국 간 쟁점, 급변하는 국제정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였다. 결국 미국은 직접적 방해 요소라기보다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