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베란다가 유독 소란스러워서 집을 나와 복도를 내다봤다. 그랬더니 옆집에 업체가 들러 내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어느새 옆집이 이사를 갔다고 한다. 분양받아 들어온 이웃이라 오래 살 줄 알았는데, 별다른 말 없이 떠나 버렸다니 좀 의아했고, 동시에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면 꼭 인사를 하는 편이다. 그 이웃과도 대면할 때마다 안부를 물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몇 마디 나누곤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서로를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이웃이 언제 떠나도 소식조차 모르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웃 간의 왕래가 줄어드는 건 비단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일본의 상황을 보면 우리의 미래가 그려진다. 일본의 생애미혼율(만 50세 기준)을 보면, 2010년에 남성 20.1%, 여성 10.6%였던 수치가 2020년에는 남성 28.3%, 여성 17.8%까지 상승했다. 결혼 제도를 선택하지 않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고독사’라 불리는 홀로 죽음의 급증이다. 2011년 약 2만7천 명 수준이던 고독사 사례가 2024년에는 약 7만6천 명으로 늘어났다. 누구와도 함께 살지 않고, 이웃 간 교류도 없는 채 홀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는 단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가 곧 직면할 문제이기도 하다. 혼자 살아가는 방식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기도 하지만, 이웃이나 사회와 유의미한 연을 맺지 못하면 예기치 못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홀로 살다 찾아오는 질병과 돌봄, 노후 지원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런 흐름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어린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존중을 가르치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성장기부터 서로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남 일’에는 무관심한 채로 살아가게 되기 쉽다. 결과적으로 개인주의와 인간관계의 단절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복지 부담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내가 사는 아파트 옆집은 그렇게 떠나갔지만, 그 가족이 앞으로도 잘 지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다른 이웃이 이사를 온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다정한 관심을 나눠볼 참이다. 고작해야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정도의 인사가 될지라도 말이다. 이 작은 노력이 쌓여야만 개인의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로 번지는 걸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빈집’으로 남은 옆집을 보고 느낀 것이 있다면, 바로 ‘이웃도 자주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 뒤에는 분명 ‘어떤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라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는 그걸 모르고 살아간다. 이웃의 삶에 큰 간섭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따뜻한 관심만은 잃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