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라는 무대가 누구에게나 열린 시대다. 하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 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2018년, 러시아 여행 영상을 학생들과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3,000명의 구독자를 모으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부터 높은 조회수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매일 영상을 올리며 ‘꾸준함’ 하나로 버틴 셈이다. 그렇게 쌓인 영상들이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걸 보면서 “알고리즘도 꾸준함에 보답하는구나” 하고 실감했다.
내가 만드는 콘텐츠는 거창하지 않다. 한국이나 미국에 가서 신기했던 풍경이나 음식, 가끔은 일본의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까지 찍어 올린다. 인공지능 기술로 화려하게 편집하기보다 직접 발로 뛰면서 찍고, 느낀 점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편이다. 한편으론 “테마가 분산된다”는 지적도 듣지만, 내가 진짜로 흥미를 느낀 대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선택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유튜버는 아직 낯설다. 일본 사람들은 “이 분야의 최고가 아니라면 나서지 않는다”는 경향이 강한 듯하고, 얼굴을 드러내는 데에도 거부감이 큰 편이다. 내 주변만 봐도 유튜버를 찾기 쉽지 않다. 반면 한국은 인구 대비 유튜버 수가 많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도전해보려는 열정이 강하다. 이런 문화 차이가 유튜브 생태계까지 이어지는 모습이 흥미롭다.
하지만 나로서는 일본에서도 더 많은 유튜버가 탄생했으면 좋겠다. 디지털 AI시대에 영상 콘텐츠 제작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슈메이대학교 학교교사학과 사회과 전공 2학년생 전원을 ‘유튜버’로 데뷔시키는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래 학교 현장에서 수업 자료나 홍보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영상 플랫폼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만 전수하기보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하면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코로나 시기처럼 대면 수업이 어려웠을 때도, 유튜브에 올린 ‘함께 공부하는 영상’이나 ‘카메라 앞에서 직접 찍어 만든 지리학 강의 영상’이 학생들의 고립감을 덜어주었다. 온라인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학습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가 단순히 화려한 영상을 뽐내거나 인기 경쟁을 벌이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교실’로 기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더 많은 일본인이 유튜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를 바란다. 이번 프로젝트는 작은 시작이지만, 앞으로 여러 학교와 교사들이 동참해 더 많은 학생이 ‘나만의 채널’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송원서 (Ph.D.)
일본 슈메이대학교 학교교사학부 전임강사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 비상근강사
동경대학교 공간정보과학연구센터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