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이 모교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대학원(SAIS)에 750만 달러(약 110억원)를 기부했다. SAIS는 이 기금을 활용해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 안보 문제를 연구하는 ‘정몽준(M J Chung) 안보학 석좌교수’직을 신설하고, 관련 연구와 신진 학자 양성에 나설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SAIS 캠퍼스에서 열린 석좌교수직 설립 행사에서 “한국은 미국의 50여 개 동맹국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며 “한국 국민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미국인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언급하며, 미국이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다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한 한반도에 이런 무기 중 일부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내 정치권에서 ‘핵무장론’을 주장해온 인물로, 2013년 한 인터뷰에서는 “미국의 핵우산 약속은 결혼 서약과 같지만, 결혼도 파기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시아판 나토 필요”… 집단 안보 체제 강조
정 이사장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강압 행위를 언급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집단 안보 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 10년간 일본, 필리핀, 호주, 캐나다 등을 대상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며 “2016년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했을 때도 보복 조치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중·러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인도·태평양 조약기구(IPTO·가칭)와 같은 아시아판 나토(NATO) 창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한 조선업 협력 강조… “한국, 기여할 수 있어”
정 이사장은 이날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에 관심을 표명한 점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1위 조선업 국가로, 미 해군 함대를 더욱 강하게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AIS 석좌교수직 설립 행사에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학장을 비롯해 홀 브란즈, 프랜시스 개빈 교수 등 국제정치 및 안보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이사장은 2022년에도 국제정치 석학 헨리 키신저 박사를 기념하는 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탁하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SAIS에 각각 50만 달러씩을 기부한 바 있다.
그는 “SAIS에 안보학 석좌교수직을 설립하기로 한 이유는 미국이 한반도의 얼어붙은 전장에서 뿌린 선의의 씨앗이 지금도 좋은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미 동맹이 더욱 굳건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