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시 만난 음악, 그리고 시대의 변화

collection of compact disc

1997년, 낯선 일본 땅에 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일본어를 거의 알지 못했다. 그 시절 크게 히트했던 노래 중 하나가 GLAY의 ‘HOWEVER’였는데, 당연히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도 없었고, 가사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에서 잠깐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귀를 기울여야만 했고, 그나마도 일본어가 서툴렀던 터라 곡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알기 어려웠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길에서 다시 들은 ‘HOWEVER’는 나를 순식간에 20년도 넘는 과거로 데려갔다. 문득 궁금해진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YouTube에서 이 곡을 검색했고, 한 번의 클릭만으로 가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노래가 이렇게 깊은 뜻을 담고 있었구나”라는 새로운 발견에 적잖이 놀라면서,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 왔는지 실감했다.

당시에는 원하는 노래를 마음대로 찾아서 듣기조차 어려웠다. 음반을 직접 사거나, 혹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반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클릭 몇 번이면 세계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즉시 재생할 수 있고, 가사 역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된 가사까지 접할 수 있으니, 말 그대로 편리함이 극에 달한 시대다.

그렇지만 이렇게 편리해진 만큼, 음악 한 곡 한 곡이 갖는 무게감은 예전보다 가벼워졌다는 생각도 든다. 듣고 싶은 곡을 손쉽게 반복 재생하고, 늘어난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가볍게 소비하기도 한다. 그 안에는 음악이 우리 삶에 스며들어 울림을 주는 ‘과정’에 대한 소중함이 다소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음악이란, 듣는 시점에 따라 또 다른 의미와 감정을 전해주는 놀라운 예술이다. 만약 1997년의 내가 지금처럼 일본어를 잘 알았더라도, 아마 그때 느꼈을 감동과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듣고 느끼는 감동은 전혀 다른 색채였을 것이다. 이처럼 노래 한 곡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건네고, 우리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지금 수많은 문화를 빠른 속도로 접하는 ‘편리함’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편리함 때문에 놓치기 쉬운 것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음악 한 곡 한 곡을 더 귀히 여기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가치’를 음미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음악을 포함해 우리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시대의 변화를 감사하는 마음. ‘HOWEVER’를 통해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고,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는 순간은 이런 감사함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노래는 결국 우리 삶에 스며드는 작은 기적이고, 앞으로도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그 울림만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송원서 (Ph.D.)
일본 슈메이대학교 학교교사학부 전임강사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 비상근강사
동경대학교 공간정보과학연구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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