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인생의 스승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도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의 고향 풍경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코끝이 시리던 날, 흐르는 콧물을 훌쩍이며 옷소매로 훔치던 그 시절. 자연과 하나 되어 어우러져 살던 그 시간들은 내 삶의 기준이자 재산이 되었습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나를 견디게 하는 힘, 복잡한 문제 속에서 해답을 찾게 해 주는 지혜는 모두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했던 고향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고향 시골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내 삶의 기회였고, 스승이자 은혜였습니다.

봄이면 늙은 암소를 타고 산꼭대기 풀밭으로 올라가 함께 놀던 기억이 뚜렷합니다. 혼자일 때도 친구들과 함께일 때도 언제나 즐거웠습니다. 땀을 흘리며 열중하던 고누 놀이, 얼굴이 퉁퉁 붓도록 쏘이고서야 정신을 차렸던 벌집 털기, 병정개미 똥구멍 빨기 체험, 새순을 뽑아서 엇걸고 힘 조절에 조마조마했던 끊어먹기 게임, 떨어진 고무신 앞 코를 밀어 넣어 만든 트럭으로 댐을 쌓아 고구마 줄기로 물레방아를 돌리던 어린 시절의 모든 체험들은 삶의 지혜이자 배움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놀이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삶의 교훈이었고 값진 재산이었습니다. 특히 나와 함께했던 우리 집 누렁이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친구이자 보호자였고 때로는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나를 태우고 어디든 함께 다녔고, 내 말에 누구보다 귀 기울여주었던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나를 등위에 태우고 떨어지지 않도록 보살피며 나를 위해 온몸으로 보호해 주던 누렁이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누렁이와 자주 올랐던 뒷동산에는 야생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그 나무는 고난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놀라운 지혜를 보여주었습니다. 동물들이 가지를 갉아 먹으면, 더 많은 가지를 뻗어 스스로를 지켰고, 결국 가축도 새도 품을 수 있는 커다란 나무로 자랐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보잘것없지만 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동안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야생 사과나무는 소들이 좋아하는 먹잇감 중의 하나입니다. 소들은 사과나무 가지를 한 뼘씩 정도씩이나 갉아 먹곤 합니다. 이렇게 야생 사과나무는 몇 년가량 소에게 가지를 뜯어 먹히면서도 꿋꿋이 견딥니다. 사과나무는 한 가지를 갉아 먹힐 때마다 두 가지를 돋아나게 하며 옆으로 넓게 가지를 뻗습니다. 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가지들이 빽빽하게 자라면 더 이상 공격받지 않는 중심부에 어린 가지 하나를 돋아나게 합니다. 그동안 옆으로만 넓게 퍼지면서 응축해 오던 생명력을 이 가지에 전부 쏟아부어 급속도로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해침을 당하지 않을 정도로 우뚝 솟게 되면 이제는 소들이 몸을 비벼대며 자신의 그늘에서 쉴 수 있게 내어줍니다. 야생 사과나무는 산꼭대기에서 겨울 찬바람을 스무 번도 넘게 견딘 강건함으로 당당하게 자기의 생명을 이어갈 열매를 맺습니다. 그리하여 자기의 인고를 지켜보며 함께 기도했던 새들은 물론 자기를 뜯어먹었던 소들에게까지도 열매를 내어줍니다. 발 없는 야생 사과나무는 소들이 자기의 생명을 이어갈 어린 씨가 멀리 퍼지게 할 협력자가 될 수 있게 합니다. 야생 사과나무는 20년이 지나도록 자기를 희생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해 했던 가축들에게까지 열매를 내어주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은 인생의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자신을 해친 자도 품으며 서로를 위해 가지를 뻗는 용기와 연대의 힘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야생 사과나무처럼 나도 오늘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고난 속에서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며 함께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되새깁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수 있었던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지금도 그 시절이 준 은혜에 고개 숙입니다. 나를 키운 것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자연도 함께였습니다. 자연과 함께 지냈던 고향 경험은 내 인생의 뿌리이자 앞으로도 나를 지탱해 줄 영원한 힘이 될 것입니다.

자연은 늘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자연은 나눔과 끈기 그리고 회복의 본질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고난이 찾아올 때마다 자연처럼 견디고, 나를 괴롭힌 이들까지도 품을 수 있는 여유와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세상과 대립하기보다 연대하며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큰 깨달음입니다. 자연은 말없이 우리의 스승이 되어줍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삶의 근본을 배웁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어떤 지혜를 자연에서 배우고 있습니까?

댓글 남기기

EduKorea New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