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에 관한 이야기2-표준점수
수능성적이 발표되었다. 지난 호에서 예고한 대로 오늘은 표준점수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고3 학생이나 학부모님보다 이제 갓 입시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과 학부모님이 읽으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재학생들이 치르는 모의고사에는 두 가지가 있다. 1, 2학년 학생들이 응시하는 모의고사는 학평이라고 불리는 학력평가가 있고, 3학년은 학평에 이어 실전 모의고사로 치르는 6월 모의평가(6모)와 9월 모의평가(9모)가 있다. 학평은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주관 및 출제를 담당하고, 6모와 9모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서 담당한다.
이들 모의고사 중 학평은 원점수-표준점수-백분위-등급(원표백등)이 성적표에 표기된다. 그러나 모의평가인 6모와 9모는 실제의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대학 수업을 수학할 능력이 되는가를 평가하는 시험, 수능)을 대비한 실전 모의고사이기 때문에 실제의 수능 성적표처럼 6모와 9모는 성적표에 (본인인 맞힌) 원점수를 제외한 표준점수-백분위-등급만 발표된다. 학평에서는 틀린 문항과 보완할 영역 등이 성적표에 기록되고 해설지도 배포되지만, 6모와 9모 및 수능은 성적표만 공지될 뿐 성적표에 대한 설명도 문제 해설도 없다.
원점수는 자신이 맞춘 문항에 배정된 점수의 합이며 만점은 100점이다. 그런데 쉽게 출제된 과목과 어렵게 출제된 과목의 만점은 그 가치가 다를 것이다. 그래서 이들 원점수의 과목별 난이도(z 점수)를 반영한 것이 표준점수다. 표준점수는 수능의 국어와 수학의 경우 z 점수 *20+100, 탐구 과목의 경우 z 점수*10+50으로 산출한다. z 점수는 (원점수-과목별 평균)/표준편차이다. 참고로 학교의 내신 즉 교과 성적도 수능의 탐구 과목처럼 z 점수*10+50으로 산출한다.
표준점수의 이해를 위한 퀴즈 하나: 수학여행이나 체육대회 등으로 학생들의 시험 준비 시간 부족을 고려하여 선생님이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시험을 쉽게 출제하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답은 ‘아니다’입니다. 시험이 쉬워서 100점이 10명이라고 가정하자. 이 과목의 학생 수가 100명이라면 1등급은 4%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100명 *4% = 4명이다. 그러면 100점을 맞은 학생이 10명이면 이들을 모두 공동 1등으로 인정해야 할까? 역시 아니다. 이들의 석차 백분율은 원등수 + (100점을 맞은 학생 수 – 1)/2로 계산한다. 즉 100점을 맞은 학생은 공동으로 1등이므로 이들의 석차는 1등+(100점을 맞은 학생 10명 – 1)/2 = 5.5등이다. 즉 100점임에도 불구하고 100점을 맞은 학생 10명은 전원 5.5등이 되어 1등급인 4명 이내에 들지 못한다. 100점인 학생 10명의 등급은 전원 2등급이 된다. 성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한 장치로 이를 중간 석차라고 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z 점수는 (자신이 맞춘 원점수-과목별 평균)/표준편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 맞춘 원점수는 높을수록 좋고, 과목별 평균은 낮을수록 좋다. 그러려면 어려운 과목이 대체로 평균이 낮으므로 z 점수가 높아 표준점수에서 유리하다. 그래서 과학의 경우 물리·화학·생물·지학Ⅰ보다 물리·화학·생물·지학Ⅱ 과목이 대체로 유리하다. 그리고 표준편차는 적을수록 z 점수가 높아진다. (그래서 교내 시험에서 수행평가는 기본 점수를 주어 학생의 점수를 촘촘하게 달리하면 표준편차가 적게 되어 z 점수는 높아진다. 대입에서 학생들의 교과성적 평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시 표준점수로 돌아가자.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는 z 점수 * 20+ 100으로 산출되며, 탐구 과목은 z 점수*10+50으로 산출한다. 여기서 100과 50은 인위적으로 설정한 평균값이다. 평균보다 얼마나 높은가와 낮은가를 평가하는 것이 표준점수다. 그래서 표준점수가 z 점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표준점수를 잘 받으려면 자신의 원점수는 높을수록 좋고, 과목별 평균은 낮을수록 좋아서 어려운 과목에서 본인은 시험을 잘 볼 때 유리한 것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은 쉬운 과목이라 평균이 높아서 z 점수가 낮고 따라서 표준점수도 낮게 나오기에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 상담 시 저학년의 경우에는 어려운 과목이라도 자신이 택할 전공과 관련된 과목이라면 어려워도 도전하여 극복하라고 해주어야 한다. 대학 진학 후의 전공에 도움이 될뿐더러 표준점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전공이 확실치 않고 어려운 과목에 자신이 없으면 자신이 좋아하거나 원점수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특히 요즘 사탐런(이과생이 사탐 과목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많다. 문·이과 폐지에 따른 일종의 교차 지원으로 이과생이 사탐 과목을 하면 표점이 높을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위권 이하에서는 대체로 이런 전략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상위권 대학의 경우 변환 표준점수를 적용한다. 즉 탐구 과목의 난이도와 유불리를 적용한 환산 점수의 형태로 과학 과목에 보정 점수를 부여하는 형태다. 게다가 이공계 계열에서는 과학 과목에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사탐 과목 선택으로 인해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변환 표준점수와 과탐 과목에 대한 가산점은 대입이란 관점에서 꼼수보다는 정당하게 자신이 해야 할 공부를 하게 하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꼼수와 전략 이런 용어가 대입 문화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당한 노력과 내가 해야 할 공부를 했을 때 제대로 평가받고 인정받는 그런 대입 문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