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학에서 근무하는 홍콩 출신 친구는 영국 대학들이 재정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자신이 속한 대학의 연구소도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대학들이 이토록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주로 비자 제한과 유학생 수 감소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대학들이 유사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미리 대비해야 할 심각한 글로벌 과제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명망 높은 대학들을 보유한 나라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보수당 정부의 비자 정책 강화는 국제 학생 유치를 어렵게 만들었다. 2022년 기준 약 76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영국 대학에 등록되었지만, 2023년부터 학생 비자 발급 건수가 급감했다. 이는 대학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유학생들은 영국 학생보다 세 배 이상 높은 학비를 지불하며, 대학 운영에 필수적인 재정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비자 제한으로 인해 유학생들이 감소하자,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들은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유학생의 배우자의 노동이 제한됨으로써, 인도 유학생이 급감했고, 나이지리아의 외환위기로 인해, 나이지리아 유학생이 급감했다.
일본의 대학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2024년 기준 일본의 사립대학 중 59.2%가 정원 미달을 기록하며, 이는 조사 이래 최고치다. 한편, 국공립대학의 지원자 수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앞으로는 정원 미달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쿄를 포함한 대도시에서 조차 정원 미달 대학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일본 고등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국은 국제 학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명문 대학들에 대한 경쟁은 치열해지는 반면, 지역 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본처럼 학령인구 감소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중소규모 대학과 지방 대학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국 대학들의 위기는 단순히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많은 대학들이 학생모집과 재정확보에 관해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허브다. 따라서 대학들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과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 비자 정책과 재정 지원에서부터 교육 내용과 입학 정책까지, 전 세계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대학이 사회 변화를 수용하고, 요구에 적응하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의 위기는 곧 사회의 많은 부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지금부터 적절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학교교사학부 전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