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에 관한 이야기-
수능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은 몸은 쉬고 있으나 마음은 편치 않은 초조한 시간으로 보내고 있을 것이다. 수고하고 애쓴 수험생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현재의 대입 전형은 기본적으로 수시와 정시로 나뉜다. 수시는 학생부가 위주이고, 정시는 수능이 위주이다. 여기서 위주라 함은 반영 비율이 50%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수시는 학생부만 반영하고, 정시는 수능만 반영하면 위주라는 말이 필요 없을 텐데, 수시모집에서 수능을 반영(주로 최저 등급을 적용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함) 하고, 정시에서는 수능 성적은 물론 내신이나 실기 등을 반영하는 예도 있다가 보니 위주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수능 성적만으로 한정할 때 수시모집에서는 주로 수능 등급을 수능 최저의 형태로 반영한다. 정시에서는 학생들이 정답을 맞힌 점수인 원점수가 아니라, 과목별로 난이도를 반영한 표준점수 또는 백분위를 반영한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관계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수능 등급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진로교사 연수에서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내용이 있다. 길모퉁이에서 청소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을 보고 유럽 사람은 자녀에게 “저런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거야. 고마운 분들이야!”라고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에게 “너도 공부하지 않으면 저런 사람이 된단다!”라고 한다는 씁쓸한 비유다.
그래서 오늘은 등급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요즘 일선 고교에서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대입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내신을 반영하지 않고 수능만 반영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자기보다 내신 좋은 학생이 그만두면 쾌재를 부르고 자신보다 나쁜 내신의 친구가 그만두면 마냥 아쉬워한단다. 내신 깔아줄 친구가 사라지니까… 한국의 학교가 교육이 아닌 대입 종속기관이라는 뜻이다. ‘학교생활 열심히 하면 대학에서 선발한다’는 문화가 되면 어떨까? 그저 수능 성적만 좋으면 대학 잘 가고, 또 이런 학생이 사회에 진출하면 성공이 보증되는 시스템이 이어지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요원하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7~9등급을 생각해 보자. 내신 789등급은 교실에서 홀대받고, 수능 789등급은 대학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이들 789등급은 어느 대학도 정시에서 뽑고 싶은 학생이 아닐 것이다. 누구든 그렇게 당연히 생각할 것이다. 내신은 자퇴하지 않는 한 789등급이 존재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런 789등급이 수능은 왜 보는 것일까? 아무 쓸모도 없는데. 게다가 수능 응시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789등급 학생들이 수능을 안 본다고 가정해 보자. 전국 응시자를 40만 명으로 가정하여 40만 명이 다 보는 경우와, 789등급 23%가 수능을 보지 않은 30만 8천 명이 수능을 보는 경우를 표로 만들어 보았다.


위 표에서 보듯이 1등급은 3천6백8십 명이 2등급으로, 2등급은 6천4백4십 명이 3등급으로 밀려나고, 5등급은 6~7등급으로, 6등급은 전원 789등급으로 밀려난다. 등급은 수시모집에서 반영하고, 수시모집에서는 주로 최저 등급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숫자의 학생들이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약간 결이 다르지만, 이번 수능에서 수능 최정상의 자리는 휴학한 의대생이란 말들이 많다. 그렇다면 1등급 학생들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의대 증원이 의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수능 최저에 사활을 건 재학생들은 더더욱이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다시 환경미화원의 비유로 되돌아가 보자. 이 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는 게, 직업의 귀천이 없는 사회가 가져야 할 마인드라면, 789등급은 내가 최저를 맞추는 데 도움을 준 학생들이다. 무시의 대상이 아니리 고마워할 대상일 것이다. 공부 못 한다고 하여 인격이 없는 게 아니다. 사회에 나가면 더 잘 살 수 있는 아이들도 많다. 소위 789등급으로 표현되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 중에는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림 잘 그리는 아이들도 있고, 음악 잘하는 아이, 운동 잘하는 아이, 심지어 게임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들도 있다.
공부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학생들 아니 사람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주) 그림은 수학 시험시간에 시험을 보는 대신에 인물화를 그린 학생의 시험지다. 본인이 시험 감독할 때의 학생으로 학생의 재능을 토닥토닥 격려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