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와 호접란, 그리고 자생력의 미학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식물을 기르는 일은 때로 사치처럼 느껴진다. 매일 물을 주고, 상태를 살피며 애정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껴 화분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얼마 전, 작은 변화가 나를 움직였다. 새로 산 큰 물뿌리개 덕분에 물 주는 일이 재미있어졌고, 화분들을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옮기면서 돌보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났다. 그러던 중, 내 화분에서 뜻밖의 생명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동안 토마토씨, 수박씨, 싹이 난 감자 등을 화분에 심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식물이 화분에서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처음엔 토마토인가 싶었지만, 날씨가 추워지는데도 꽃을 피우는 모습이 의아했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그 식물은 다름 아닌 민들레였다. 민들레 씨앗이 어디선가 날아와 작은 화분에서 싹을 틔우고, 화려한 노란 꽃을 피운 것이었다.

베란다에는 호접란도 함께 있었는데, 호접란은 정성을 들여야만 겨우 꽃을 피운다. 하지만 한 번 꽃이 지면, 다시 그 화려함을 되찾기 어렵다. 반면, 민들레는 아무런 특별한 보살핌 없이도 스스로 자라고 꽃을 피웠다. 이 작은 화분 안에서 민들레가 보여준 생명력은 나를 깊이 감동시켰다.

민들레의 생명력은 우리 삶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요즘 자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구조와 환경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민들레 같은 자생력이 아닐까. 특별한 도움 없이도 스스로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삶에도 이런 자생력과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지만 짧은 호접란의 생애와 잡초처럼 강인한 민들레의 생애는 우리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비싼 돈과 정성을 들여야만 겨우 꽃을 피우는 호접란과 달리, 민들레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한다.

민들레의 생명력은 단순히 강인함을 넘어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민들레처럼 씩씩하게, 잡초처럼 강인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특별한 환경과 자원이 주어지지 않아도 스스로 피어나는 민들레의 꽃처럼, 우리도 삶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스스로 꽃을 피우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민들레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각자의 삶 속에 숨어 있는 민들레 같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목표가 아닐까.

삶의 중심에서 우리는 민들레 같은 자생력을 배우고, 호접란의 아름다움과 민들레의 강인함을 모두 품는 균형 있는 인생을 꿈꿔야 한다. 오늘도 민들레는 그 작은 화분 속에서 묵묵히 꽃을 피우며 나에게 삶의 메시지를 전한다.

송원서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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