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본 경험이 있다면, 그다지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엘리베이터 사용에도 나름의 규칙과 예의가 존재한다. 이는 외국인에게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일본 사회의 미묘한 사회적 매너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면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첫 번째 탑승자는 버튼 근처에 서서 열린 버튼과 닫힌 버튼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다른 모든 탑승자가 내린 후에야 마지막으로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배려는 일본 특유의 매너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회사 같은 공공 장소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자주 목격된다.
다만, 예외적인 상황도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가게나 서비스에서 빠른 입장이 중요한 경우라면 순서가 다소 바뀌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를 먼저 잡은 사람이 나중에 타는 이들을 위해 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면, 이 사람은 자신의 순서를 보장받아야 한다. 나중에 탄 사람이 먼저 내려 대기 순서를 어기면 이는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미묘한 배려의 규칙을 어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작은 실수도 오해를 살 수 있다.
일본에서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작은 행동에도 반드시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매너는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에 깔려 있다. 반대로 감사 인사가 빠지면 무례하다고 느끼기 쉽다. 일본인의 친절함과 상냥함이 돋보이는 부분이지만, 동시에 무례함에 대한 관용은 매우 낮다. 이러한 특성은 일본의 고객 응대 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는 종종 점원들을 배려하는 문구를 가게에 붙여놓곤 한다. “여기 있는 점원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같은 문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표현 없이도 고객 응대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문제는 이러한 친절함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고객 불만, 이른바 ‘클레임’이 매우 세심하고 강하게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객센터 직원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의 강도를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갑질 문화를 비판하며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루기보다는 내면화된 규칙과 압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표면적으로는 조용하고 친절해 보이는 일본 사회지만, 고객 서비스 종사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한국 못지않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엘리베이터 에티켓은 단순한 매너를 넘어 사회 전반에 깔린 무언의 규율을 반영한다. 일본인의 친절함은 인상 깊지만, 무례함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함 역시 존재한다. 외국인의 눈에는 일본 사회가 친절하고 평온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미세한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공존한다. 한국과 일본의 서비스 문화가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나라 모두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일본 사회의 섬세한 매너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일본에서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작은 행동 하나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일본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학교교사학부 전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