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에 대한 인식

한국과 일본은 거리상 가까운 나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일본을 보는 한국의 시각, 한국을 보는 일본의 시각 사이에는 갈등과 협력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교차해 오면서 지내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 중에서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보는 시각에서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재일동포들에 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재일동포 3세는 재미동포는 260만 명이라고 하면서 재일동포는 40만 명이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재일동포들에 대한 예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재일동포들은 19세기 말 조선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이들의 후손들로 시작하여 현재 그 수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재일동포를 41만 명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반면 재미동포의 경우 미국 국적을 가진 시민권자까지 포함하여 그 수를 262만 명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이중적인 기준은 한국계 일본인들의 존재를 축소시키고 그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재일동포 수가 이렇게 축소되어 인식되는 것은 결국 그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로 돌아간다고 입을 모으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재일동포들은 일본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자신이 한국계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조차도 자신이 한국계 혈통이라는 것을 공공연한 비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는 일본 우익을 중심으로 혐한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기도 합니다. 재일동포를 대표하는 조직인 민단 사무실에 돌이 날아와 유리창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민단에서는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모방 범죄로 또다시 동포들이 피해를 받는 일이 일어날까 염려되어 경찰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재일동포들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 ‘숨죽인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일본 우익의 혐한 감정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한국 내 일부 인사들이 벌이는 ‘반일 놀이’ 역시 재일동포들에게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적 행위는 동해를 넘어 일본 우익의 힘을 강화시키고 그 여파로 재일동포들은 더욱 큰 불안 속에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관동대지진 당시 희생된 조선인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것이나, 도쿄 내 제2 한국학교 건립에 비협조적인 것도 일본 우익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반일 감정은 일본 우익을 강화시키고 그로 인해 재일동포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고 보면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갈등으로 재일동포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주는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모두 우리 동포들이며 이들의 존재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기도 합니다. 결코 축소되거나 외면되어서는 안 되는 안 되는 것입니다. 수 백만 명이 넘는 재일동포들이 가슴 졸이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바르게 직시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한국계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를 해야 합니다. 의미 없는 반일 감정으로 일본 우익을 돕는 기회를 제공해서도 안 되며 재일동포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은 더더욱 해서도 안 되겠습니다.

이중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재일동포들을 우리의 진정한 동포로서 공정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이들의 수는 41만 명이 아닌 수 백만 명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잊혀진 존재가 아닌 소중한 동포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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