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동경한국학교에 울려 퍼진 우리 소리와 가락

  • 국악고등학교 소리누리예술단, 5년째 찾아와 전한 한국의 멋과 흥
  • 세대를 잇는 문화예술의 감동

제580돌 한글날인 2026년 10월 9일, 동경한국학교에 특별한 감동이 찾아왔다. 일본 도쿄에서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배우며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우리 전통음악의 아름다움과 민족의 정서를 생생하게 전해주기 위해 한국 국악고등학교 소리누리예술단 40여 명이 학교를 방문한 것이다. 국악고등학교와 국악중학교는 5년째 동경한국학교를 찾아와 우리 전통예술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해마다 이어지는 이 만남은 일본에서 생활하는 재일동포 학생들에게 한국인의 뿌리와 정체성을 일깨우고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말과 글로 배우던 한국의 역사가 음악과 춤, 가락과 장단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순간이기도 하다.

올해 공연은 동경한국학교 학생들이 직접 무대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오프닝 무대에 오른 댄스부 학생 10명은 그동안 갈고닦은 춤 실력을 마음껏 펼치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재학생들은 물론 한국에서 찾아온 국악고등학교 선배들에게도 자신들의 끼와 열정을 선보였고, 무대가 끝나자 힘찬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후배들이 준비한 무대는 단순히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순서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한국 문화를 배우고 익혀 온 학생들이 춤과 음악을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전통예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생들과 일본에서 한국 문화를 지켜 가는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재능과 열정을 나누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었다.

동경한국학교 댄스부 학생들의 활약은 이번 공연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오는 10월 15일 한일문화예술교류협회가 주최하는 ‘한일문화예술교류한마당’ 행사에 초청받아 한국문화원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학교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작은 도전이 한일 양국의 문화예술을 잇는 무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학생들이 흘린 땀과 노력은 자신감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고, 한국 문화를 매개로 이웃 나라와 소통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이어 무대에 오른 국악고등학교 소리누리예술단은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우리 전통음악의 세계로 이끌었다. 40여 명의 예술단원이 펼쳐 보인 공연은 전통의 깊이와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무대였다. 학생들은 평소 교실 수업이나 일상생활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대취타를 비롯해 가야금과 거문고 등 다양한 국악기의 소리를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웅장하고 힘찬 대취타의 울림은 학생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고, 가야금의 섬세한 선율과 거문고의 깊고 묵직한 음색은 우리 음악만이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을 전했다. 익숙한 현대의 음악과는 다른 장단과 가락 속에서 학생들은 한국 전통예술의 풍성함을 발견했다. 고전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오늘의 감각과 어우러지는 공연은 국악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음악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임을 보여 주었다.

특히 일본에서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이번 공연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말과 글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그 말과 글에 담긴 정서와 문화를 경험하는 일은 중요하다. 한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우리 조상들이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던 음악을 직접 듣는 경험은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기리고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이다. 그러나 한글을 지킨다는 것은 글자를 배우고 사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언어로 이어져 온 역사와 예술, 생활문화와 공동체의 기억을 함께 지켜 나가는 일까지 포함한다. 그런 점에서 소리누리예술단의 이번 공연은 한글날의 의미를 음악으로 확장하고 한국어 교육과 전통문화 교육이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 뜻깊은 자리였다.

일본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도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어 가는 학생들에게 우리 전통예술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문화를 이어받았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주는 다리와 같다. 교과서에서 배운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실제 악기의 소리와 예술가들의 몸짓으로 눈앞에 펼쳐질 때, 학생들은 한국을 지식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공연을 지켜본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말 훌륭하고 인상적인 공연이었다며 내년에도 이런 만남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았다. 무대 위 예술가들이 전한 것은 단지 아름다운 음악만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우리 문화의 생명력과 그 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한국과 일본을 잇는 따뜻한 교류의 가능성이 함께 담겨 있었다.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악고등학교와 동경한국학교의 만남은 전통문화가 세대와 국경을 넘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한국에서 전통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이 일본의 한국학교를 찾아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현지에서 성장하는 학생들이 그 공연을 통해 한국 문화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살아 있는 문화교육이다. 우리의 문화는 누군가가 기억하고, 배우고, 다음 사람에게 전할 때 비로소 더욱 단단해진다. 오늘 무대에서 국악을 처음 접한 학생이 훗날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청년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한국과 일본을 잇는 문화예술의 주역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 바로 학교와 예술단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문화교육의 힘이다.

제580돌 한글날, 동경한국학교에 울려 퍼진 우리 가락은 학생들의 마음속에 한국의 멋과 흥을 새겼다. 대취타의 웅장한 울림과 가야금의 섬세한 선율, 거문고의 깊은 음색은 한글의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 문화가 지닌 소중한 가치를 전했다. 그리고 그날의 감동은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언어를 배우는 일은 문화를 만나는 일이며 문화를 만나는 일은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미래로 이어 가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한글날을 더욱 빛나게 한 소리누리예술단의 공연. 그 아름다운 울림이 내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동경한국학교 학생들의 마음속에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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