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9차 당대회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공식화한 것은 단순한 대남 강경정책이 아니라 핵보유국 전략과 체제 안정, 대미 협상 전략을 포괄하는 국가전략의 전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민은 최근 발표한 분석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된 전략의 완성 단계라고 평가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남북 합의서 폐기, 남부 국경의 물리적 차단과 요새화 등 일련의 조치가 모두 이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두 국가론을 채택한 배경으로 네 가지 국가이익을 제시했다.
우선 비핵화 프레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전략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미국과 핵군비통제 협상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한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은 이러한 국가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는 남·북·미 3자 구도의 해체다. 북한은 한국을 북미 협상의 ‘훼방꾼’으로 인식하며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한국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비핵화 압박을 지원해 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협상 개입 명분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이라는 설명이다.
셋째는 핵억제력 행사 과정에서의 정치적·윤리적 부담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존 통일과 민족공동체 논리 아래에서는 같은 민족을 핵으로 위협하는 모순이 발생하지만, 남북을 적대국으로 재규정함으로써 대남 전술핵 운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핵억제력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넷째는 체제 경쟁과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다. 두 국가론을 통해 남북 간 체제 경쟁과 한국의 대화·협력 정책, 정보 유입에 따른 체제 불안을 최소화하려는 통치 전략이라는 것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변화가 사실상 ‘북한식 종전선언’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정전협정 체제가 정치적 해결을 유보한 임시적 군사합의라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과 국경 확정은 더 이상 통일을 전제로 한 정치적 통합 논의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적대’라는 표현 역시 상호 간섭을 중단하고 주권을 침해하지 말자는 방어적 의미를 포함하며, 정전협정의 모호성을 제거하고 국경선을 기반으로 한 ‘단절된 안정’을 추구하는 실용적 공존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안보전략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존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한반도를 둘러싼 핵질서와 첨단기술 환경을 함께 관리하는 ‘확장된 전략적 안정성’ 개념으로 국가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지역·한반도 차원의 전략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고, 핵과 재래식 전력뿐 아니라 사이버, 우주, 정보, 경제안보, 공급망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안정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한국이 어떤 안보질서를 안정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내러티브를 마련하고, 위기관리와 군비경쟁, 경제적 연결성, 평화적 공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한국형 전략적 안정성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