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응시한 한국 사회의 비극: 『세 번 속은 땅』


제윤경의  『세 번 속은 땅』을 읽으며 나는 이것이 소설이라기보다, 사회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잔인한 군무(群舞)처럼 느껴졌다.
무용가에게 ‘빚’과 ‘실패’는 몸의 정렬을 무너뜨리는 무거운 중력과 같다. 작가는 금융과 정치라는 차가운 언어로 시작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자유로운 도약을 금지당한 채 땅으로 꺼져가는 인간의 신체적 비극을 집요하게 포착해낸다.
성실하게 살려 했던 이들이 구조라는 거대한 압력에 사지가 꺾여 나가는 모습은, 마치 조명이 꺼진 무대 뒤에서 숨을 헐떡이는 무용수의 고독한 뒷모습을 닮았다. 특히 지방소멸을 다룬 대목은 춤출 무대를 잃어버린 예술가의 상실감처럼 아프게 다가왔다.


작가는 화려한 기교나 수식어 대신, 마치 음악 없이 오직 무용수의 거친 숨소리와 바닥을 긁는 발소리만 남겨두듯 건조하고 정직한 문체를 택했다. 그 절제된 표현 덕분에 시스템에 속고 자본에 짓눌린 이들의 뒤척임이 더욱 생생한 ‘몸의 언어’로 전달되었다.
결국 이 소설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선(Line)을 지키려 애쓰는 이들의 처절한 기록이다.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고통을 견디며 진실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듯, 이 작품 또한 비극적인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응시함으로써 역설적인 위로를 건넨다.


한국무용가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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