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지켜보면, 교육의 방향이 한국과 다르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일본 중·고등학교에는 예외 없이 부활동이 있다. 취미나 방과후 활동이 아니라 정규 교육의 일부다. 학생들은 공부만큼이나 부활동에 책임을 지며, 이 과정은 대학 진학 자료로도 활용된다. 고3이 되었다고 해서 활동을 중단하는 일은 거의 없다. 입시를 앞둔 시기에도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부서의 역할을 끝까지 수행한다.
교과 과정도 생활과 밀착돼 있다. 고2, 고3이 되어도 체육 수업은 주 3~4회 이어진다. 가정 과목에서는 실제로 바느질을 하고 요리를 한다. 결과물은 성적에 반영된다. 고3 학생이 손바느질로 앞치마를 만들어 제출하는 모습도 흔하다. 입시를 앞두고도 생활 교육을 포기하지 않는 구조다.
부모 입장에서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기 숙제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학교가 책임을 맡기고, 아이는 그 책임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사교육이 없어도 길은 열린다
이 시스템의 힘은 실제 진학 사례에서 드러난다. 한 학생은 중학교 때 악기부에 들어가 고등학교까지 6년 동안 팀파니를 배웠다. 모두 학교 부활동을 통해서였다. 꾸준한 연습 끝에 현재는 전문 연주자로 불릴 만큼의 실력을 갖췄다.
정해진 연습시간을 지키며 성실함을 배우고, 선후배 관계 속에서 사회성을 익힌다. 자신이 맡은 파트를 끝까지 책임지는 과정에서 책임감을 배우고, 뒤처지는 부원을 도우며 배려심을 익힌다.
이처럼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성실하게 활동한 학생에게는 대학 진학 때 가산점이 주어진다. 실제로 이 학생은 학교 추천을 받아 도쿄음대와 무사시노 음악대학 타악기과 진학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고가의 개인 레슨이나 입시 학원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쌓은 시간이 만든 결과다.
6년간 든 비용은 연간 부활동비 3000엔, 우리 돈으로 약 3만원 수준이다. 한국에서라면 레슨비와 악기비, 각종 대회 참가비까지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금액이다.
전국 고등학교 음악대회에 출전할 때도 연주복은 선배에게 물려받아 사용한다. 제대로 하지만, 불필요한 비용은 줄인다. 기회를 돈으로 가르지 않겠다는 구조다.
느리게 쌓아 올리는 성장
일본이 스포츠와 음악, 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인재를 배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부, 야구부, 악기부가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관심 있는 분야를 일찍 접한다.
성장은 빠르지 않다. 각자의 속도로, 오래, 꾸준히 쌓는다. 비교보다는 지속을, 경쟁보다는 축적을 중시한다.
반면 한국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육과 예체능, 생활 과목이 줄어든다. 부활동은 입시 앞에서 가장 먼저 밀린다. 아이들은 이른 나이부터 속도와 효율을 요구받고, 천천히 익히고 오래 쌓아가는 경험을 잃는다.
교육은 대학을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라, 평생 붙잡을 무언가를 만나게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일본 학교의 부활동과 생활 중심 수업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로 오래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회, 돈이 없어도 꿈에 접근할 수 있는 교육 환경.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빨리 가지 않아도 되는 교육. 그 변화는 제도보다 먼저, 아이들의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