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 생태계를 말할 때 베이징 중관촌의 처쿠카페는 상징적 출발점으로 꼽힌다. 이 공간은 2011년 문을 연 이후 개발자·엔지니어·투자자가 뒤섞여 밤새 코드를 짜고 토론하던 중국 초창기 스타트업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팀이 꾸려지고 시제품이 만들어지며, ‘인터넷 창업 붐’의 실제 현장이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중관촌은 오랜 기간 대학·연구소·IT 기업이 밀집한 중국의 ‘실리콘밸리’ 역할을 해왔다. 처쿠카페는 이 환경 속에서 아이디어 교류와 초기 창업의 관문 역할을 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혁신의 입구로 자리 잡았다. 개발자 행사, 해커톤, 엔젤투자 미팅이 연달아 열리며 베이징이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의 본산으로 떠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면 하드웨어 혁신의 중심은 명확히 남쪽 선전에 있었다. 선전에는 ‘대공방(大公坊)’을 비롯한 대규모 메이커스페이스와 제조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화창베이 전자상가와 인근 공장들은 시제품 제작에서 양산까지 이어지는 압도적인 공급망을 제공하며,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빠르게 제품을 테스트하고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전은 ‘손으로 만드는 혁신’의 성지로 불리며 드론·로봇·IoT 기기 기업들이 이곳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베이징이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의 진입로라면, 선전은 이를 실물로 구현하는 제조의 심장부다. 두 도시는 성격은 다르지만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며 중국의 대규모 기술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중국 스타트업이 빠른 실행력과 대규모 시장 적응력을 갖추는 배경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