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7) 새끼 거북에서 배우는 ‘함께 자라는 힘’

산란기가 되면 바다거북은 먼 바다를 헤엄쳐 해변으로 올라온다. 그곳에서 수백 개의 알을 낳고, 다시 모래를 덮은 뒤 조용히 바다로 돌아간다. 남겨진 것은 그 무거운 모래 속에 묻힌 수많은 새끼 거북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어미가 남긴 모래더미는 그들에게 ‘시련’인 동시에 ‘협력의 훈련장’이 된다.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갓 부화한 새끼 거북들은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맨 위에 있는 거북은 천정을 파내며 출구를 만들고, 가운데 거북들은 벽을 허물며 공간을 넓힌다. 가장 아래의 거북들은 떨어지는 모래를 다지며, 위의 형제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된다. 수십 마리의 새끼 거북이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에만 비로소 그들은 생명의 빛을 보며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만약 몇몇 거북이 자기 역할을 게을리하거나, 제멋대로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결국 모래 속에서 서로를 막아 버리고 모두가 질식하고 만다. 생존은 ‘혼자 뛰어남’이 아니라 ‘함께 나아감’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해변으로 향하는 바다거북과 그 뒤를 따르는 새끼 거북들의 발자국이 남겨진 모래사장.

바다거북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진로 교육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요즘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다. 각자의 생각이 뚜렷하고, 표현력도 풍부하다. 그러나 그 탁월함이 때로는 협력의 부재로 인해 충돌하고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진정한 진로 역량은 ‘나만의 길’을 가는 힘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일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진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도 마찬가지다.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배우는 것이 더 근본적이다. 협력, 소통, 배려, 책임감 이런 덕목들은 단순한 인성교육의 주제가 아니라 미래의 직업 세계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다.

갓 태어난 바다거북이들이 모래를 파헤치며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

불길은 혼자 타오르지 않는다. 먼저 붙은 불씨가 밑불이 되고, 나중에 붙은 불씨가 거름이 되어 서로 기대어 있을 때 거대한 불길이 된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재능이 아닌 여러 사람의 열정이 모일 때 학교는, 사회는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우리의 진로 교육은 이제 “나는 무엇이 될까”를 넘어 “우리는 어떻게 함께 성장할까”를 묻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새끼 거북이 모래더미를 함께 헤치며 바다로 향하듯, 우리 아이들도 서로를 딛고 일어서며 자기 길을 찾아가는 ‘협력의 진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댓글 남기기

EduKorea News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