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쿄대(立敎大)서 되살아난 시인 윤동주

– 시로 만나는 한일 청춘의 다리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시인의 시구가 80년의 세월을 넘어 일본 도쿄의 가을 하늘에 다시 울려 퍼졌다. 2025년 10월 11일, 도쿄 이케부쿠로의 릿쿄대(立敎大) 캠퍼스는 어느 때보다도 깊고 따뜻한 울림으로 가득 찼다. ‘시인 윤동주와 만나는 릿쿄의 가을’이라는 제목으로 ‘윤동주, 릿쿄에 귀환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기념행사가 열렸다. 시와 청춘 그리고 한일 양국의 화해와 공감의 자리를 만든 것이다.

윤동주는 1942년 일본 릿쿄대 영문과에 잠시 재학하며 문학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그의 청춘은 시대의 폭력 속에 꺾였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아홉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오늘, 그가 다시 학문의 터전으로 돌아왔다. 이번 행사는 한국교육재단, 사이타마한국교육원, 동경한국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릿쿄대 국제한국교육연구센터가 협력했으며 주일한국대사관과 연세대학교,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경기도교육청이 후원했다.

A speaker presenting at a ceremony, with a projector screen displaying the title '하늘상' and audience members seated in a conference hall.

이날 행사에는, 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과 윤동섭 연세대 총장, 도고하라 카츠히로 도시샤대 학장 등 윤 시인이 거쳐간 세 대학의 관계자, 유족 대표 윤인석 씨, 이혁 주일본한국특명전권대사 등 한일 양국의 인사들이 참석해 청년 시인의 발자취를 되새겼다. 릿쿄대 타치카와 기념관을 가득 메운 200여 명의 학생과 시민들은 윤동주의 시를 낭송하며 그 순수한 언어 속에 깃든 양심과 평화의 메시지를 마음에 새겼다.

A formal event at Rikkyo University in Tokyo, featuring attendees applauding as a certificate is presented to an individual on stage. The backdrop displays a banner related to a poetry event, and several people are present, including a dignitary in a suit and others in formal attire.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연세대와 릿쿄대는 윤동주의 청춘이 머문 두 학교입니다. 그의 문학정신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청년들에게 용기와 성찰의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수형 사이타마한국교육원장은 “짧은 생이었지만 윤동주의 시는 인간의 양심을 일깨웠습니다. 이 자리가 한일 청년들이 서로의 언어로 소통하는 문학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서동호 한국교육재단 이사장은 “윤동주의 시는 이제 일본의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 그의 정신은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혁 주일본한국특명전권대사는 “윤동주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자 일본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한 그의 언어는 두 나라의 마음을 잇는 다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윤동주 문학은 인성과 세계 시민성을 함께 가르치는 교육의 본보기입니다. 이번 행사가 한일 교육·문화 교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A ceremony awarding a young boy holding a certificate, with an adult man standing next to him in a suit. The background includes a decorative banner with text in Japanese.

행사장에서는 윤동주의 시를 각자의 언어로 낭송하는 고등학교, 대학생 및 일반인이 참여한 ‘시낭송 대회’와 초등학생들이 참여한 ‘시화전’이 함께 열렸다. ‘하늘상’, ‘바람상’, ‘별상’, ‘태양상’이 주어지는 대회에는 한일 양국의 청소년과 대학생, 일반인이 참여해 시인의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의 언어로 자신만의 감성으로 되살렸다. 최우수상인 ‘하늘상’ 수상자에게는 한일 왕복 항공권이 수여되었고 심사에는 릿쿄대 교수진과 한국어 문학 전문가 그리고 방청객의 투표가 함께 반영되었다.

A group of participants and audience members posing for a photo at a poetry event in Tokyo, featuring children, students, and adults holding certificates and awards, commemorating the legacy of poet Yun Dong-ju.

시화전에는 일본 전역에서 128명의 초등학생이 작품을 출품하였다. 윤동주의 시를 읽고 받은 감동을 그림과 글로 표현한 작품들이 캠퍼스 현관에 전시되었다. 그중 뉴인터스쿨 6학년 [쿠로사와 코코로] 학생의 작품이 ‘하늘상’을 수상하며 이혁 주일본 대사로부터 상장과 대한항공 왕복항공권을 상품으로 받았다. 작품 속에는 언어를 넘어선 ‘순수한 공감의 색채’가 번져 있었다.

A formal event in a conference room featuring two speakers at a podium, with an audience seated in the foreground. A banner above them announces a poetry-related gathering.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윤동주 시인의 기념비가 릿쿄대 캠퍼스에 제막되었다. 붉은 단풍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청년 시인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서 있었다. 그것은 단지 한 시인의 흔적이 아니라, 시와 양심, 그리고 청춘의 희망이 다시 피어난 자리였다. 윤동주는 생전에 ‘별 헤는 밤’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이제 그 별들은 도쿄의 하늘 위에서도 빛나고 있다. 그의 시는 국경을 넘어, 오늘의 한일 청춘들에게 말하고 있다. 부끄러움 없는 마음으로, 진실한 언어로 세상을 비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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