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일,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동경한국학교(교장 한상미)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펼쳐졌다. 초등부 전교생 720명이 참여하여 진행된 ‘나라 사랑의 날’은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민족의 뿌리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모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다채로운 색감의 옷자락이 교정 곳곳에서 어우러져 도쿄 한복판에 작은 한국 마을이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교시는 교장 선생님의 추석 훈화로 시작되었다. 추석은 조상들의 숨결과 풍요, 감사, 나눔의 정신을 간직한 날이라는 말씀에 학생들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이어 방송부에서 제작한 ‘추석 민속놀이’ 영상이 상영되자 아이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 번졌다.

2교시 이후에는 교내 곳곳에서 전통놀이 체험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강당에서는 강강수월래, 손뼉치기, 청어엮기 등이 이어졌고, 교실에서는 윷놀이와 공기놀이가, 운동장에서는 널뛰기, 긴줄넘기, 굴렁쇠 굴리기 등을 체험하고 즐겼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에서만 접하던 민속놀이를 직접 몸으로 익히며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초등부 사물놀이팀의 공연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장단이 어우러진 가락은 도쿄 하늘을 타고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교민들에게는 뭉클한 향수를, 원어민 교사와 이웃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적 감흥을 전해주었다. 특히 이날 행사는 한국인 교원뿐 아니라 18명의 영어권 교사와 10명의 일본인 교사까지 모두 한복을 입고 함께 어울리며 한국의 전통을 체험한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서로 다른 국적과 배경을 가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하나 되어 웃고 뛰는 모습은 “문화가 다름에도 마음은 하나”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윷놀이와 강강수월래가 정말 재미있었지만, 그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어요. 한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나중에 꼭 한국에 가서 이런 놀이를 친구들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저는 한국 사람이라는 마음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교사의 목소리에도 진한 감회가 담겨 있었다. “아이들이 그냥 놀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민족의 뿌리와 공동체의 가치를 배운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일본 땅에서도 한국의 명절을 가르치고 전할 수 있다는 것은 교사로서 큰 보람이자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정체성을 지키며 세계 속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경한국학교는 매년 추석과 설날에 맞춰 ‘나라 사랑의 날’을 개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학생들에게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교직원에게는 교육적 사명을 새롭게 일깨우는 장이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한국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재외한국학교로서의 자부심이 이러한 전통 속에서 더욱 빛난다. 올해로 개교 72주년을 맞은 동경한국학교는 긴 세월 동안 재일동포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 해 왔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이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정체성과 희망을 지켜온 공동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한 학부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들이 일본에서 자라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 자신이 어디서 왔고 무엇을 이어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우리가 자녀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석은 본래 풍요와 감사의 명절이지만, 이방의 땅에서 맞이하는 추석은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날 도쿄의 동경한국학교 교정에 울려 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신명나는 가락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우리의 정체성과 미래를 잇는 소중한 울림이었다. 72년의 역사를 넘어, 다가올 100년의 길 위에서 동경한국학교가 더욱 발전하여 세계 속의 한국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한다. 도쿄 하늘 위로 울려 퍼진 한가위의 울림은 오늘 하루의 기쁨에 그치지 않고, 내일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