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청소년, 푸른 잔디 위에서 우정을 나누다
2025년 9월 28일 일요일, 미야기현 나토리시의 하늘은 이른 가을답게 청명했다. 그 맑은 하늘 아래서 제8회 한‒일 학생 친선 축구 교류회가 열렸다. 양국 청소년들이 축구공 하나로 마음을 잇는 특별한 하루를 만들었던 것이다. 특히 올해 대회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여 더욱 깊은 의미를 더했다. 이 대회는 미야기현 민단 이순오 단장이 재일동포 사회를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대표적인 한일 청소년 교류 사업으로, 이번에도 미야기현 민단 역원들과 주일본 센다이 영사관 부총영사, 나토리시 시장, 나토리시 의장, 나토리시 중의원 의원 등 많은 내빈들이 참석하여 학생들을 격려하여 분위기를 띄웠다.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 역시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행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한국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이 정식 경기를 펼쳤고, 2부에서는 양국 학생들을 섞어 새롭게 팀을 짜 서로 힘을 합쳐 뛰는 이색 경기로 꾸며졌다. 승패보다 교류에 더 큰 의미를 둔 이 대회의 특징답게 아이들의 얼굴에는 경쟁의 긴장보다는 즐거운 웃음이 더 짙게 배었다. 특히 동경한국학교 축구팀은 새벽 5시에 각자의 집에서 출발해 도쿄역에서 신칸센으로 센다이까지 이동하고 다시 버스로 1시간 정도 달려 나토리시 경기장까지 와서 경기를 치루었다. 그리도 당일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강행군을 소화해야 했다. 힘겨운 일정이었지만 참가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의 가장 값진 추억”이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으며 피로의 기색은 어디에도 없었다. 3년째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매년 이 대회를 기다려요. 힘들어도 친구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행복하고, 어른이 된 뒤에도 꼭 다시 와서 이 경기를 구경해 보고 싶어요.”

센다이 민단 한글학교 학생들로 꾸려진 ‘호랑이’ 축구팀은 1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재일동포 청소년 축구팀이다. 올해는 10명 중 6명이 여학생으로 구성되었지만 성별과 관계없이 함께 뛰며 즐기는 과정에서 교류의 의미를 더했다. 한 여학생 선수는 “누가 이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한국과 일본 친구들이 함께 뛰었다는 게 더 소중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학부모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 응원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축구로 서로를 이해하고 웃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이런 자리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일 관계도 더 가까워질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학생들은 대부분 클럽팀 소속으로, 체력과 경기력에서 수준 높은 기량을 뽐냈다. 대표 대결에서도 일본 대표팀이 1대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장에는 승패를 넘어선 따뜻한 화합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를 지켜본 나토리시 관계자는 “오늘의 승자는 점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함께 땀 흘리며 웃은 모든 아이들이 진정한 승자입니다”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함께 불고기 집으로 이동하여 파티를 열고 우정을 다졌다. 한 일본 학생은 “처음에는 한국 친구들이 낯설었지만, 같이 뛰고 나니 금세 친구가 되었어요”라며 “내년에도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번 교류회는 스포츠 행사가 목적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국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힘을 기르는 자리였다. 학생들의 밝은 미소와 땀방울 속에서, 한‒일 양국의 우정이 작은 씨앗처럼 뿌리내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