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여러 프로젝트와 회의를 함께 하며 협업을 해온 경험은 나에게 각 나라가 가진 고유한 ‘일하는 방식’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정식으로 한 회사의 직원으로 일한 경험은 아니지만, 여러 학술 프로젝트와 학회 활동을 통해 이 차이는 너무도 뚜렷하게 다가왔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나라의 방식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 모두 다르지만 각기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무엇보다 속도가 강점이다. 주말이든 밤이든 카카오톡 같은 사적 메신저를 통해 바로 회의가 열리고, 현장에서 의견이 모아지며, 순식간에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런 빠른 진행은 변화가 빠른 한국 사회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속도의 그림자도 있다. 주말과 휴식이 사실상 무너지고, 업무가 개인의 삶을 쉽게 잠식한다는 점에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 있다.
일본은 정반대다. 즉시 결정을 내리는 일은 드물고, 한 사람의 의견은 곧바로 회의로 이어지지 않는다. ‘네마마와시(根回し)’라는 과정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하나하나 확보하고, 회의 일정은 한 달 뒤로 잡히는 경우도 흔하다. 일정 조율 툴이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의가 열리더라도 부정적 의견이 오가고, 회의록 정리와 추가 의견 수렴에 또 시간이 걸린다. 몇 달이 흘러서야 겨우 결론에 도달하는 구조다. 그러나 그만큼 일본의 방식은 철저하고 꼼꼼하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합의를 중시하는 문화가 깊숙이 배어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합리성이 두드러진다. 행정 서포트 체계가 강력해 교수나 연구자는 아이디어와 책임 있는 의견 제시에 집중할 수 있다. 항공권 예약부터 숙박, 식사까지 사무 담당자가 완벽히 처리해주며, 한국이나 일본 같은 복잡한 서류 절차는 사실상 없다. 대신 회의에서는 책임감을 갖고 상세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행정의 효율성은 연구 몰입도를 높이는 반면, 성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냉정하게 협력 관계를 끊는 결단도 서슴지 않는다.
세 나라의 방식은 이처럼 다르다. 한국은 빠르고 역동적이며, 일본은 느리지만 치밀하고, 미국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닌다. 중요한 것은 이 차이를 서로 배워가며 개선하는 것이다. 한국의 속도감에 일본의 치밀함을 더하고, 여기에 미국식 행정 효율성을 접목한다면, 더 건강하고 생산적인 협업의 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