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한·일 관계의 향방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시바는 집권 자민당 내에서 비교적 온건한 역사관을 지닌 ‘비둘기파’로 분류되며, 한·일 협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그는 취임 전부터 한국을 “국제사회의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으로 규정했고, 퇴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며 외교 성과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후임 자리를 둘러싼 경쟁 구도는 달라진 기류를 예고한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두 사람 모두 야스쿠니신사 참배 전력이 있어 한·일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이즈미는 정치적 스타성이 크지만 역사 문제에서 보수적 태도를 보여 왔고,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가까운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바는 지난해 10월 총리직에 올랐으나, 올해 참의원 선거에서의 패배로 당내 입지가 좁아졌다. 특히 올해 1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방한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무산되며 양국 협력의 상징적 기회도 놓쳤다. 이로써 이시바의 퇴진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한·일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한·일 관계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와 외교 당국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