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 평가 vs. 상대 평가 –
2025년 즉 금년에 입학한 고교 1학년 학생부터 고교 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학점제의 요지는 대학처럼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추어 자신의 학업 능력과 필요에 따른 과목을 골라 듣는 것이다. 개인의 진로와 적성 및 취향과 수준에 따른 지향점이 다르다 보니 수강하는 과목도 다양하기에 학점제의 대전제는 평가에 있어서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다.
그래서 고교 학점제의 성공 여부는 교과 성적(일명 내신 성적)은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조차도 절대 평가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엇박자다. 내신은 A~E 즉 5단계의 절대 평가와 1~5등급의 상대 평가를 혼용하고 있다. 수능은 영어와 한국사 및 제2외국어에서 절대 평가를 하고, 국어와 수학 및 탐구 과목에서 여전히 상대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오늘은 생기부라고 불리던 생활기록부의 평가 체제에 대한 추억을 소환해 보고자 한다. 7차 교육과정 도입을 전후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비판과 함께 ‘수우미양가’ 평가 방식이 일제 강점기 시대에 들어온 일본식 교육 시스템의 잔재라는 비판이 있었다. 아울러, 권위주의적이고 서열을 강조하는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로 단순히 성적만 좋은 학생을 뽑는 게 아니라, 학생의 개인 환경, 숨겨진 잠재력, 그리고 특별한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전후하여 수월성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폐지한 ‘수우미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입학사정관제 이후 학종을 거쳐 학점제에 이르기까지 절대 평가의 평어인 ABCDE(3단계인 경우는 ABC) 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수우미양가’의 ‘수(秀)’는 빼어난 성적, ‘우(優)’는 뛰어난 사람 다음의 우수한 성적, ‘미(美)’는 중간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성적이다. 현행 절대 평가 기준으로 D에 해당하는 ‘양(良)’은 ‘어질다’, ‘좋다’는 뜻이다. 마지막 등급에 해당하는 ‘가(可)’는 ‘옳다’, 또는 ‘가능성이 있다’라는 뜻이다. 학종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양’으로 평가된 학생이 우선 선발의 대상이 아닐까? 게다가 ‘가’인 경우 발전가능성의 평가 항목으로 충분히 좋은 평가가 아닐까?
수월성의 폐단에서 ‘수우미양가’가 폐지된 것이라면, ‘ABCDE’에는 평가의 인간미는 빠지고 ‘수우미양가’보다 더 비인간적이고 서열 중심이라는 의미에서 아이러니다. 7차 교육과정 이후 학종에 이르기까지 수월성보다는 사람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는 변화의 물결 속에 한국 교육을 교육의 롤모델로 삼았던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교육 정책이자 슬로건 NCLB(No child left behind: 낙오자 없는 교육 정책)는 그래서 역설 중의 역설이다. 한 명이라도 소외되거나 뒤처지는 학생이 없는 교육 정책은 보다 인간적이면서 수월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류에 편승하여 교육 정책이 너무도 자주 바뀌고 있다. 대입 4년 예고제를 무시하고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했던 지난 정권처럼 즉흥적이고 졸속이어서는 안 된다. 아기가 첫발을 딛거나 첫 말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듯이 사람 교육은 너무 성급하거나 결과 지향적이어서는 안 된다. 기다려 주고 믿어주며 사색하는 힘도 길러주어 심신이 건강한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학점제>는 한국 교육의 방향타로서 매우 중요하다. 학점제 도입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변질되지 않는 방향으로 학점제가 정착하여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