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현 교수 “한국사의 친일·반일 민족주의, 세계사적 맥락서 재검토해야”

3.1운동이 아시아 민족주의의 상징이자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 찬사를 받은 역사만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역사학자 임지현 교수는 최근 글을 통해 “러일전쟁이 인도의 간디와 네루, 터키의 케말 아타튀르크, 중국의 쑨원 등 아시아와 중동의 주요 민족주의 지도자들에게 미친 광범위한 영향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는 단순한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민족주의 운동에 서구 제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인도의 간디와 네루는 일본이 러시아를 물리친 것을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인도와 아시아가 해방될 수 있는 계기로 판단했다. 실제 인도의 국민적 시인 타고르 역시 러일전쟁 당시 일본 승리에 환호하며 벵골 지역 학생들과 축하 행사를 벌였다.

터키의 케말 아타튀르크도 메이지 유신의 성공을 통해 오스만 제국의 근대화 가능성을 확인했고, 중국의 쑨원과 마오쩌둥 역시 일본의 승리를 아시아 민족주의의 동력으로 삼았다.

임 교수는 당시 이집트, 페르시아(이란),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도 일본의 승전 소식은 민족주의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반도의 개화파 역시 일본의 발전 모델을 추구했고, 당시 이들의 정치적 판단은 일본 식민지를 경험한 오늘의 시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아시아 지도자들이 일본을 지렛대로 서양에 맞선 반서구 ‘친일 민족주의자’였다는 점을 세계사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면서 “한국의 친일 민족주의 역시 단순히 비난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가 희생자 민족주의와 ‘토착 왜구’라는 반일 정서에 머물러 있으면 과거 일본이 걸었던 저항 민족주의의 잘못된 길을 반복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임 교수는 이어 “친일과 반일이라는 단순 이분법적 구도로 과거와 미래를 판단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거칠고 정치적으로 미숙한 접근”이라며 “저항 민족주의가 어떻게 아시아 주변국을 억압하는 제국주의로 변질되었는지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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