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교학점제 본격화에 ‘내신 격차’ 현실화…자사고 유리 구조 뚜렷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 가운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 간의 개설 과목 수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선 이러한 격차가 학생들의 내신 성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학교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종로학원이 전국 고등학교 41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사고와 지방 소규모 일반고 사이의 개설 과목 수 차이는 최대 64개에 달했다. 서울 자사고 10개교의 평균 개설 과목 수는 100.2개였고, 전국 자사고 6개교는 평균 105.3개였다. 반면, 지방 소규모 일반고 5개교는 평균 75.6개, 일부 학교는 63개 수준에 머물렀다.

개설 과목 수의 차이는 교사 인력과 학생 수, 재정 여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적·물적 기반이 풍부한 자사고는 다양한 과목 개설이 가능해 학생의 선택권이 넓은 반면, 일반고는 제한된 자원 속에서 필수과목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자사고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춘 학습 경로를 설계하기 용이하지만, 일반고 학생들은 선택의 폭이 좁고 인기 과목에 몰려 경쟁이 심해지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내신 평가 방식도 문제다.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일부 과목은 절대평가로 전환됐지만, 다수 과목은 여전히 상대평가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경우 수강 인원이 적을수록 상위권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고, 학생 간 점수 차가 작더라도 등급 격차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자사고는 다양한 과목 개설로 인해 학생들이 고르게 분산되면서 경쟁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일반고는 특정 과목에 학생이 집중되면서 경쟁 강도가 높아지는 구조다. 이로 인해 동일한 성적을 받아도 과목 및 학교에 따라 내신 등급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같은 실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어떤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듣느냐에 따라 내신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진로 설계 수단으로 도입된 고교학점제가 현실에선 입시 전략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학교 간 과목 개설 격차를 줄이고, 절대평가 확대 및 공정한 평가체계 마련을 위한 보완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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