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른다. 우울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건강 문제로, 학생부터 성인까지 그 대상과 범위를 가리지 않는다. 그만큼 교육 현장에서의 ‘포용’과 ‘공감’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단 한 사람도 뒤처지지 않게 하겠다(Leave no one behind)”라는 포용 원칙을 내세운다. 이 원칙이 교육 분야에 적용될 때,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누구든 학습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문제가 부각되는 현실에서, SDGs의 이러한 의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학생을 만났을 때, “노력이 부족하다”거나 “자기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식의 질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학생이 느끼는 어려움과 그 원인을 파악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우선이라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한 시대에는 지식이나 정보가 손쉽게 공유되고, 교사가 단순히 교과 내용을 해설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제 교원의 경쟁력은 지식 전달 능력보다는 ‘공감 능력과 돌봄 역량’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을 겪는 학생이 AI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교원이 나서서 작은 신호라도 놓치지 않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와 연계해 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세심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노력은 교원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 지역사회, 국가 차원에서 보건·복지 분야와 긴밀하게 협력해, 어려움에 처한 학생이 적절한 시점에 전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SDGs 제4목표가 제시하는 “포괄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학습 기회 증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학습 현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 교사들이 가장 고민해야 할 지점은 “인간적인 온기로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물음이다. 지식이나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은 인공지능이 훨씬 더 빠르고 방대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학생에게 꼭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와 실질적 조언이라는 점에서, 교사가 마주해야 할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단 한 사람도 뒤처지지 않게 하겠다”는 SDGs의 포용 철학을 교육 현장에서 적극 실천한다면, 누구도 혼자만의 어두운 골목에 머무르지 않게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제기된다. AI 시대가 열어갈 미래 교육의 길 위에서, 교원이 지식 전달을 넘어 마음을 돌보는 안내자로 나서는 일이야말로 지금 교육계가 직면한 핵심 과제이자, 진정한 교육의 본질에 부합하는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