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리워지는 어느 날, 팟캐스트로 떠나는 작은 여행

overhead shot of a cellphone between a mug and headphones

일본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한국도 그립지만, 가끔은 미국이 유난히 생각날 때가 있다. 어릴 적 겪었던 컬처쇼크, 공항에 내려서부터 코끝을 스치는 이른바 ‘미국 냄새’, 과감할 정도로 푸짐하게 나오는 음식의 양, 그리고 이국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문득 이런 장면들이 뇌리를 스칠 때면, “지금 당장 미국에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그러나 현실은 여유롭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나는 일도 쉽지 않다. 인터넷으로 미국 프로그램을 찾아보려 해도 광고가 넘쳐나고, 영상을 볼 만한 시간도 빠듯하다. 화면 자체가 너무 자극적으로 느껴져 더 정신이 산만해지는 순간도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감성과 공기가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럴 때 꽤 괜찮은 해결책이 있다. 바로 팟캐스트 버전의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를 들으면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도 팟캐스트를 들어?”라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상 대신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유튜브처럼 광고를 억지로 봐야 할 필요도 덜하고, 듣던 부분을 반복 재생할 수 있어 흐름이 한결 깔끔하다.

굿모닝 아메리카는 ABC 방송사가 평일마다 생방송하는 모닝쇼로, 가벼운 오프닝과 다채로운 코너 구성이 뒤섞여 있다. 이 팟캐스트를 틀어놓으면 뉴욕 현지 시각이나 사람들의 주말 풍경 같은 사소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인터뷰나 현장 취재를 들으면 마치 그곳 거리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굿모닝 아메리카의 특징이라면, 뉴스부터 할리우드 소식, 생활밀착형 정보까지 빠짐없이 다뤄준다는 점이다. 유쾌한 토크에 빠져있다가도 어느새 무거운 이슈가 튀어나오는 스펙트럼의 폭이야말로, “미국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시사 뉴스를 제법 진지하게 다루다가 곧바로 연예나 생활정보 코너로 넘어갈 땐, “역시 미국 방송다운 속도감이군” 하고 웃게 된다. TV로 보면 급작스러운 전환이 다소 정신없을 수 있지만, 본방보다 짧게 편집된 팟캐스트로 들을 땐 적당히 귀에 감긴다. 필요하면 속도를 조절하거나 다시 들어볼 수도 있어, 영어가 서툰 이들에게도 든든한 장점이 된다.

물론 팟캐스트 하나만으로 미국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가끔 찾아오는 그리움을 달래기엔 이만한 방법도 드물다. 아침부터 자극적인 SNS 피드를 뒤적이고 싶지 않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팟캐스트를 재생해보자. 이어폰을 끼고 들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아, 이래서 미국을 그리워했었지” 하는 기분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빠르고 복잡한 정보의 파도 속에서, 내가 듣고 싶은 것을 차분히 고르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즐거움을 준다. 오늘 아침, 굿모닝 아메리카의 경쾌한 인사로 하루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공항에서 맡았던 그 공기와 거대한 도시의 풍경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마음 한구석이 한층 가벼워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https://geographersong.jp/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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