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쿄 사립중고등학교 입시와 ‘뉴웨이브’ 중국인 학생들

도쿄의 사립중고등학교 입시가 매년 치열해지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낯설지 않다. 그러나 최근 그 경쟁 구도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부각되고 있다. 바로 중국에서 온 학생들과 그 가정이다. 예전에는 “미국이나 영어권으로의 유학”이 가장 일반적인 행보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일본으로 기러기 유학을 택하는 중국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교육열’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도쿄 도심에 위치한 분쿄구는 일본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도쿄대와 함께 여러 대학·연구기관이 몰려 있어 전통적으로 학업 분위기가 뛰어난 지역이다. 최근에는 공립 초등학교인 세이시(誠之), 센다기(千駄木), 쇼와(昭和), 쿠보마치(窪町) 등 이른바 ‘3S1K’ 지역이 중국인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 이 지역은 동경대 교수나 연구자들이 조용한 주거환경을 찾아 정착했던 곳이다. 과거의 ‘명문 학군’ 이미지가 중국에까지 전해지면서, 최근에는 실제 교수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 이름값과 지역의 안전·학습 분위기만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학구 밖에 살면서도 원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주민등록만 옮기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이런 현상의 결과로, 한 반에 10명 가까운 중국인 학생이 재학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분명 이들은 학교에 새로운 활력을 더해주지만, 너무 많은 중국인 유학생이 몰리면서 일본인 학생이나 중국인 학생 모두가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도쿄의 중학 입시는 해마다 수험생 수가 오르내리며 변화하고 있다. 2025학년도에는 수험생 수가 5만 2,300명 정도로 과거 최고 수치를 약간 밑돌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도쿄에서 가장 사립중 진학률이 높은 구가 분쿄구(48.20%)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이 지역 학부모들은 중학교부터 사립 명문을 선택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여기에 중국 출신 학생들이 가세했다. 수도권 최대 중학 입시 전문 학원으로 꼽히는 SAPIX를 중심으로, 중국인 유학생 가정이 집중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학원 내 WeChat(위챗) 그룹을 통해 선배 가정이 후배 가정에 입시 노하우를 전수하고, 학교별 혹은 학원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공유하는 식이다. 이른바 ‘裏SAPIX(우라사픽스)’로 불리는 비공식 네트워크가 더욱 거대해지고 있으며, 내부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인 특유의 교육열은 이미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과거 과거(科挙) 제도 시절부터 이어진 ‘도시 거주 중국인의 높은 학업 열정’은 해외 유학지 선택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중국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난관대(難関大)에 들어가는 것보다 도쿄대가 더 쉽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일본이 ‘공부하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중국을 떠나는 사람들”을 가리켜 ‘潤(룬)’이라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으로 향하는 이들을 ‘潤日(룬리)’라고 칭한다. 이 용어는 중국인들이 일본으로 이주하거나 유학 오는 흐름이 꽤나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등을 택했던 기러기 유학이 이제는 ‘치안이 안정적이고, 자녀 교육 환경이 좋으며,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일본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던 도쿄의 초·중·고 교육 환경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인 학생들의 급증이 일본 사회·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한편으로는 이들과의 경쟁이 일본인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경험함으로써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반의 절반가량이 중국 학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일본인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이방인처럼 소외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할 수 있고, 중국인 유학생도 ‘일본 사회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서로만 어울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화권 학생들이 조화롭게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와 지원, 그리고 이들을 연결해줄 커뮤니케이션 창구다. 일본 학교들이 SNS나 설명회 등을 통해 유학생·외국인 부모와 적극 소통하려는 움직임은 반가운 일이다. 동시에 학원·교재·기출문제 등 입시 정보가 과도하게 독점·편중되지 않도록 투명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일본 내 중국인 유학생의 증가는, 일본 교육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이미 도쿄대·와세다대·게이오대 등 명문 대학 캠퍼스에서는 중국어가 일상적으로 들릴 정도로 많은 중국인 학생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의 활약은 향후 일본 사회에 새로운 문화적·경제적 변화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분쿄구 같은 교육특구에서 벌어지는 초등학교→사립 중고등학교→명문 대학으로 이어지는 ‘패스트트랙’은 이미 중국인 커뮤니티 내에서 널리 알려진 성공 루트다. 과연 이 거대한 유입이 일본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긴장과 갈등 요인이 될 것인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일본의 교육 환경과 입시 문화가 점차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교실 안에서, 학생들은 더 넓은 시야와 경쟁력을 갖출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뉴웨이브’의 흐름이 일본 교육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송원서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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