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04> 여기는 온두라스

이른바 선진국에서 저개발국가의 경제개발 혹은 빈곤퇴치 등을 위해 무상 또는 유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국제개발협력사업이라고 하며, 이중 국가간 원조 사업을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이라고 한다. 원조 지원국을 공여국이라 하고, 원조받는 나라를 수원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등을 전후하여 이러한 ODA 사업의 수원국으로 많은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수원국 최초로 공여국이 되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온두라스 출장중인 정경영선생님

ODA 사업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정부 간 협정으로 시행된다. 이 ODA 사업의 일환으로 온두라스의 전력 설비 중 하나인 노후 배전설비 개선 공사를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서 제안하여 이루어 냈다. 하나의 공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설계와 시공 그리고 감리의 3축으로 공사가 마무리된다. 본인이 정년퇴직 후 취업한 회사에서 이 ODA 사업의 설계 부분을 수주하였고, 현장의 설계 과정을 답사하기 위해 지금 온두라스에 와 있다. 진로와직업이라는 교과목을 가르쳐 왔고, 진로와직업 및 대입 상담을 수행하면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직업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오직 대입만이 주된 관심인 고교 현장과 오직 취업만이 대입의 목표인 현실에서 이곳 ODA 사업을 수행하는 스타트업 회사의 사례를 통해 직업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40년 전에는 pc가 없었고 30년 전에는 휴대폰이 없었다. 구글은 1996년에 시작한 기업이고. 스마트폰인 갤럭시S는 2010년에 첫 등장 했다. 5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라디오가 38년, TV가 13년 걸렸으나, 인터넷은 4년 만에 5천만 명이 사용하였다. Facebook이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는데는 9개월이면 충분했고, 메타버스의 광풍은 1년 만에 사라졌으며, 챗gpt의 사용자는 1년 만에 2억 명을 돌파했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 속도는 이제 상상으로도 예측하기가 어려워질 정도다. 자동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시대에 앨빈 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에 15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구는 격감하고 직업의 관점에서 기술은 급변하는데 교육은 아직 대입 대입하면서 학교 현장을 대입 종속 기관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입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없어질 직업은 아닌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지도 생각하며, 대입이 목적이 아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대졸 백수보다는 고졸 취업자가 더 인정받고 행복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다시 이번 ODA 사업을 보면서 이제는 취업을 넘어 창업 또는 창직에 관한 생각도 하게 된다. 기존의 직업 세계관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세상이다.

본인이 이미 한전에서의 엔지니어와 영어 교사, 그리고 진로진학상담 교사를 거쳐 감리 기사로 재취업을 하기까지 벌써 네 번째 직업을 갖게 되었듯이 현재 어른들의 평균 3~4번의 직업을 갖고 있으며, 현재의 학생들은 평균 7~8번의 직업을 갖게 된다고 한다. 현재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꿈들이 평생 직업 또는 평생직장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변화하는 직업의 세계에서 퇴출이 아닌 새로운 직업에의 도전이 되려면 배운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그 지식을 활용 또는 적용하여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필요한 세상이다.

이번 온두라스의 ODA 사업은 스타트업 회사의 사장님과 담당 과장님 두 분만으로 이 엄청난 일을 수행하고 있다. 국위를 선양하면서도 회사의 수익 창출에도 이바지하는 엄청난 사업을 이 두 분이 해내고 있다. 미지의 나라에 기여할 아이템을 찾고 현지인과 접촉하여 사업 제안을 하여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ODA 사업은 국가 간 협정이 필요한 사업이기에 현지의 장관급 인사들까지 움직여 양국이 모두 원하는 윈윈 사업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언어가 되어야 하고,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주입식 위주의 현재 교육 방식으로는 이러한 직업 세계에 진입할 수 없다.

우리 학생들이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 나와서 얼마나 잘 먹고 잘사느냐 하는 물질적 풍요가 아닌,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국가와 사회는 물론, 이번 ODA 사업을 수행하는 스타트업 직원들처럼, 국제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안목과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 학교 교육의 목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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