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살아 숨 쉬는 일본의 축제

제법 굵은 빗방울이 창을 두드립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뜨겁게 내리쬐던 불볕더위가 가을을 제촉하는 비 덕분에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쿄의 여름, 아니 일본의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마을 곳곳에서 전통을 지켜가는 축제들이 열리고 사람들은 더위 속에서도 그들만의 축제를 함께 즐깁니다. 한국의 추석이나 단오 등과 비슷한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의 축제는 조금 독특한 매력과 특징이 있습니다.

대체로 동네마다 신사와 신물을 중심으로 축제가 이루어지며, 동네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외지 구경꾼들이 함께 어울려 축제를 즐기고 개인의 소망을 기원합니다. 축제 기간 중 도로는 지자체나 경찰의 도움으로 잠시 통행이 금지되고 사람들은 더위 속에서도 불평 없이 인내하며 축제를 함께 즐기거나 긴 행렬을 지켜봅니다. 전통춤과 놀이가 이어지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동네 사람과 구경꾼들이 한데 어우러져 흥겹게 즐기는 축제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작은 축제라도 대부분 2, 3일 동안 이어지며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부분 동네 사람들이나 관련 업체의 정성어린 후원으로 충당됩니다.

더욱 놀라운 모습은 축제의 중심에는 항상 아이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축제 준비와 진행 과정에까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모습에서 일본의 전통이 어떻게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져 내려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자연스럽게 전통이 이어가는 것을 염두에 둔 모습과 기획이 감동을 넘어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경우 명절인 설과 추석 정도만 기억되고 그조차도 원형이 변해가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너무나 간소화되고 편안함만을 추구하며 그 절차와 의미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이에 비하면 일본은 여전히 지역의 특색 있는 축제가 무더위 속에서도 원형을 이어가며 개최되고 있고 옛 풍습들이 변함없이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이어져 오는 풍습들은 사람들에게 전통의 힘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동네 골목시장에서는 100년도 넘은 물건들이 사고 팔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최신 기술과 전통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이런 모습이 현재 일본의 저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옛 물건과 풍습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보전하려는 노력에 대해 우리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오늘따라 비 내리는 도쿄의 창밖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해 봅니다. 조용히 빗소리를 들으며 진한 커피향 속에서 전통과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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