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 중간선거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에서 몇 석을 늘리느냐에만 있지 않다.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되찾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 운영이 온건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견제가 강해질수록 대통령의 권한을 활용할 수 있는 외교·군사·통상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시민사회 역시 중간선거 결과와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2년을 견제하고 버틸 준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핵심은 민주당이 2028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어떤 정치적 기반을 만들고 있느냐다. 특히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구축한 진보정치의 흐름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중간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 진보 진영의 확장세가 나타났지만, 이들이 민주당 강세 지역을 넘어 경합주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진보 후보들이 공화당 현역 의석을 실제로 빼앗아 올 수 있느냐가 2028년 대선 구도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당 주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치적 열기와 운동의 확장성에서는 샌더스가 만들어낸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다. 클린턴은 본선에서 트럼프에게 패했고, 민주당은 노동계급과 비대도시 지역 유권자의 이탈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다시 승리한 것도 트럼프 개인의 승리인 동시에 민주당 주류 정치의 패배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생활비와 일자리, 의료비, 주거비 등 유권자의 경제적 불만에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샌더스는 2026년 중간선거를 사실상 진보정치 후계세대의 훈련장으로 만들었다. 그는 ‘과두정치에 맞서기’ 운동을 통해 미국 각지를 돌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연방·주·지방선거에 출마한 90명 이상의 후보를 지지했다.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한 압둘 엘사예드를 비롯한 진보 후보 지원에도 나섰다.
샌더스 진영이 추진하는 정치적 승계의 단위는 특정 인물 한 명이라기보다 후보군과 지역조직, 소액후원자 네트워크에 가깝다. 샌더스도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특정 후계자에게 넘겨주는 구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후보와 조직가가 계속 등장할 수 있는 운동 기반을 남기는 것이 그의 목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샌더스의 오랜 참모였던 데이비드 시로타는 샌더스를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에 비유했다. 골드워터는 196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린든 존슨에게 크게 패했지만 미국 보수운동의 이념과 인재를 남겼다. 16년 뒤인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은 그 흐름을 백악관으로 이끌었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샌더스의 2016년 대선 도전은 실패로 끝난 선거가 아니라 민주당의 정책 방향을 장기간 이동시킨 출발점이다. 전 국민 의료보험, 부유층 증세, 최저임금 인상, 노동조합 강화, 대학 학비 부담 완화와 같은 의제는 더 이상 민주당 주변부에서만 제기되는 주장이 아니다.
현재 샌더스의 정치를 2028년 민주당 대선 경선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이다. AOC로 불리는 그는 샌더스 지지층의 높은 신뢰와 전국적 인지도, 강력한 소액후원 기반을 갖췄다. 젊은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는 능력도 다른 민주당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AOC는 202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명확하게 부인하지 않고 있다. 샌더스와 정치적 관계도 긴밀하다. 샌더스의 2020년 대선 캠프 부본부장을 지낸 아리 라빈하프트는 AOC의 지지 기반을 ‘버니 세계’에만 한정해 평가하는 것은 그의 확장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AOC에게도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민주당 중도파는 샌더스 계열 후보들이 민주당 강세 지역의 경선에서는 승리했지만 공화당 의석을 민주당으로 바꾸는 능력은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AOC가 샌더스 정치의 실질적인 계승자가 되려면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 진보 유권자를 넘어 노동계급과 무당파, 트럼프에게 투표했던 경제적 불만층까지 끌어들여야 한다. 2026년 11월 본선에서 샌더스가 지원한 후보들이 경합지역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가 중요한 검증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주자는 캘리포니아주의 로 칸나 연방 하원의원이다. 그는 부유세와 노동자 중심 경제정책을 주장하는 한편, 이스라엘에 제공되는 미국의 군사원조에 엄격한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진보 진영에서 영향력을 넓혀 왔다.
칸나는 AOC보다 전국적인 대중성과 소액후원 기반이 약하지만 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으로서 기술산업과 경제정책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샌더스식 경제 포퓰리즘을 첨단산업과 지역균형발전, 노동정책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AOC와 칸나는 보편적 의료보험과 최저임금 인상, 부유층 증세 등에서는 공통점을 보이지만 정치적 연대와 이민, 당내 전략에서는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두 사람의 경쟁은 샌더스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는 문제를 넘어 진보정치를 전국적 다수연합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둘러싼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레그 카사르, 프라밀라 자야팔, 라시다 틀리브 등도 샌더스가 성장시킨 집단적 후계세대로 거론된다. 피트 부티지지와 크리스 머피, 크리스 밴홀런 등 민주당 제도권 정치인이 경제 포퓰리즘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샌더스의 정책 언어를 차용한다고 해서 그의 지지층까지 승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샌더스 정치의 동력은 특정 정책 몇 가지가 아니라 대기업과 억만장자가 정치와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소액후원, 노동자 조직화,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결합된 데서 나왔다.
샌더스 진영이 집계한 ‘과두정치에 맞서기’ 집회 참석자 자료에 따르면 약 30%가 무당파였고 약 10%가 공화당 지지자였다. 독립적인 여론조사가 아니라 샌더스 측 내부 자료라는 한계가 있지만, 진보적 경제 의제가 민주당 지지층 바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2028년 민주당 진보정치의 핵심은 누가 샌더스처럼 말하느냐가 아니다. 보편적 의료보험과 노동권 강화, 부유층 증세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대도시 진보층을 넘어 전국적인 다수연합을 누가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진보 진영의 전국적 주자로는 AOC가 가장 앞서 있고 로 칸나가 뒤를 쫓는 구도다. 그러나 2026년 중간선거에서 새롭게 부상한 노동계급 출신 후보나 지역 정치인이 2028년의 다크호스로 등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샌더스는 한 명의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조직과 후보군, 소액후원 네트워크, 경제적 불평등에 맞서는 정책 의제를 남겼다. 결국 샌더스 정치의 계승자는 이름이나 지명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2026년 본선에서 진보정치의 확장성과 선거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람이 2028년 민주당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