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간 우주기업 랜드스페이스(LandSpace·蓝箭航天)가 재사용 로켓 쭈취에-3(Zhuque-3·朱雀三号)의 1단 추진체를 지상에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한중 우주산업 경쟁력 차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성공은 중국 국영 우주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 주도의 발사체 개발에서 민간기업 중심의 상업 우주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의 이른바 ‘뉴 스페이스’ 전략이 실제 기술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랜드스페이스의 쭈취에-3는 19일 중국 북서부에서 발사된 뒤 1단 추진체가 분리돼 발사 지점에서 약 390㎞ 떨어진 간쑤성 착륙장으로 돌아왔다. 추진체는 엔진을 재점화해 속도를 줄인 뒤 착륙 다리를 펼쳐 지상에 수직으로 내려앉았다.
중국이 궤도급 로켓의 1단 추진체를 착륙 다리를 이용해 육상에서 회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기업 기준으로는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에 이어 궤도급 로켓 추진체 착륙 기술을 확보한 사례로 평가된다.
쭈취에-3는 길이 약 66.1m의 스테인리스강 로켓으로 액체메탄과 액체산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랜드스페이스는 1단 추진체를 최대 20회까지 재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궤도 기준 최대 약 14.2t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으며 향후 회수한 추진체를 실제 발사에 다시 투입하는 단계까지 계획하고 있다. 랜드스페이스는 이번에 회수한 1단 추진체의 재사용을 향후 6개월 이내 추진할 계획이다.
재사용 로켓의 핵심은 단순히 로켓을 착륙시키는 데 있지 않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발사체의 핵심 부분을 버리지 않고 반복 사용할 경우 발사 비용과 제작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위성을 매번 새로운 로켓으로 발사하던 방식에서 항공기처럼 반복 운항하는 산업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랜드스페이스는 2015년 설립된 중국 민간 우주기업이다. 2023년에는 쭈취에-2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메탄 추진 로켓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중국의 우주산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자본이다.
랜드스페이스는 현재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판(STAR Market)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공개를 통해 약 75억위안,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일 민간 우주기업이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생산 확대를 위해 조달하려는 자금만 한국 정부의 연간 우주개발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한국의 2026년 전체 우주 분야 정부 예산은 국방·보안 분야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 약 1조1605억원이다. 우주항공청 자체 예산은 1조1201억원이다. 이 가운데 우주수송 역량 강화와 신기술 확보에 투입되는 예산은 2662억원, 민간 중심 산업 생태계 조성에는 1738억원이 배정됐다.
랜드스페이스의 75억위안은 기업공개 목표액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정부 예산과 직접적인 동일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민간기업 한 곳이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해 재사용 발사체 기술에 투입하는 단계로 접어든 반면 한국은 아직 정부 연구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구축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산업 구조의 차이가 드러난다.
한국 역시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2030년대 국가 주력 재사용 발사체 확보를 목표로 차세대발사체 개발계획을 수정하고 2026년부터 예비설계에 착수했다. 기존 차세대발사체 사업도 메탄 기반 재사용 가능 발사체를 조기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를 운용하기 위한 제2우주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제2우주센터에는 재사용 발사체 발사장과 착륙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민간 발사체의 다빈도 발사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계획되고 있다. 과 발사 운용을 단계적으로 넘겨받는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민간기업도 자체 발사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재사용 기술만 놓고 보면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실증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은 이미 궤도급 로켓을 발사한 뒤 추진체를 지상으로 귀환시켜 착륙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다음 과제는 회수한 추진체를 정비한 뒤 실제로 다시 발사하는 것이다.
한국은 반대로 재사용 발사체의 설계와 개발, 발사·착륙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해야 하는 단계다.
우주산업의 경쟁 기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체 로켓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가’가 우주강국의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싸고 자주 발사할 수 있는가’가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스페이스X가 팰컨9 1단 추진체를 반복적으로 재사용하면서 세계 상업 발사시장을 장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역시 대규모 위성통신망 구축과 상업 우주시장을 겨냥해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쭈취에-3의 착륙 성공은 중국이 단순한 로켓 발사 국가에서 ‘재사용 우주수송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 계획을 마련했지만 기술 개발 속도와 민간 투자 규모를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릴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우주산업에서 한번 벌어진 발사 비용과 발사 빈도의 격차는 위성산업과 통신, 국방, 우주데이터 산업 전체의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