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수 우익의 사상 지형을 읽는 데서 산케이신문의 간판 칼럼 ‘정론(正論)’은 핵심적 창구로 기능한다. 이 지면은 단순한 오피니언을 넘어 자민당 강경파와 보수 지식인들이 논리를 시험하고 합의점을 형성하는 사상적 전진기지로 작동해 왔다.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이어진 논조는 유난히 직선적이다. 개헌·안보·에너지라는 핵심 의제에서 방향은 명확해졌고, 메시지는 하나의 청사진으로 수렴하고 있다. 패전 80년을 경계로 ‘사죄하는 국가’에서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 더 나아가 ‘강력한 무장을 갖춘 주권 국가’로의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선언이다.
개헌 담론은 상징정치의 층위에서 정당화를 시도한다. 쇼와 천황의 의지를 호출해 평화헌법 9조의 제약을 해체하려는 논리는 제도 개편을 넘어 정체성 재구성으로 나아간다. 개헌 반대가 점유해 온 도덕적 우위를 약화시키고, ‘천황을 정점으로 한 질서’라는 전통적 국체 인식을 현재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황위 계승을 둘러싼 남계 우선 논의 역시 같은 궤도에 놓인다. 양성평등이라는 보편 규범보다 혈통과 전통을 상위 가치로 두겠다는 선택은 일본적 가치의 우위를 공공연히 선언하는 장면이다. 과거사 성찰을 정책 중심에 두지 않는 자기 확신의 보수상이 분명해졌다.
안보 분야에서는 금기 해체가 본격화됐다. 핵 억지 논의를 공론의 장으로 올려놓자는 주장은 북·중·러의 핵 환경을 전제로 미국의 핵우산 의존을 재검토하겠다는 메시지다. 생존의 문제를 타국의 의지에 맡길 수 없다는 현실주의가 전면에 섰다. 에너지에서도 감상적 탈원전을 배격하고 값싼 전력과 산업 경쟁력의 결합을 국가 책임으로 규정한다. 환경과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능력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공유된다. ‘잃어버린 30년’의 무력감을 털어내기 위해 국방이라는 근육과 에너지라는 혈액을 동시에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흐름은 주변국을 향한 시선과 맞물리며 파급력을 키운다. 과거 제국의 기억을 호출하는 서술과 한국을 겨냥한 평가가 교차할 때, 일본 보수 민족주의의 팽창이 내포한 위험성도 함께 읽혀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정의는 보편의 가치라기보다 일본 국익에 복무하는 정의다. 감정적 대응은 해법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국가 중심성의 냉정한 학습과 실용의 흡수다. 동맹을 공고히 하되 독자적 억지의 잠재력을 키우고, 원전 생태계의 복원과 자유 시장의 역동을 통해 국력을 축적하는 길이 현실적 대안이다. 일본이 과거의 상징에 기대 방향을 정렬하는 동안, 성과로 격차를 벌리는 전략이 요구된다. 2026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품격 있는 분노를 실력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극일의 실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