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8) 뚜껑을 벗어던지는 순간, 가능성이 열린다

벼룩은 자기 키의 200배를 뛰어오를 수 있는 놀라운 생명체다. 인간으로 치면 단숨에 몇 십층 빌딩 꼭대기까지 도약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벼룩을 뚜껑 덮인 작은 상자 속에 잠시 가두어 두면 상자의 뚜껑이 열려도 상자의 높이 이상으로는 뛰어오르지 못한다고 한다. 상자 안에서 반복된 충돌의 경험이 ‘이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무의식의 한계를 만든 것이다. 뚜껑이 사라져도 스스로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뚜껑 속에 갇혀 살아가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지 생물의 습성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의 삶, 특히 청소년기의 진로 탐색 과정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성적이 낮으니까 이과는 안 돼.” “나는 발표를 못하니까 사람 앞에 서는 일은 어울리지 않아.”
“나는 평범하니까 큰 꿈을 꿀 자격이 없어.” 이렇게 스스로를 한정 짓는 말들이 바로 ‘뚜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뚜껑은 어느새 스스로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 도약을 막는 것이다. 

A conference stage with two speakers presenting in front of a large audience, featuring screens displaying the event title '2023 진로교육 컨퍼런스'.

내가 가르치던 한 학생이 떠오른다. 그 학생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건 취미일 뿐이야.”라는 부모의 말을 믿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미술을 포기했다. 대신 ‘안정적인 직업’을 이유로 경영학과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그는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고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진로 캠프에서 우연히 미술 치료사라는 직업을 접하게 되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누군가를 치유할 수도 있구나.” 그때부터 그는 뚜껑을 열고 다시 그림을 잡았다. 지금은 미술치료학과에 진학해 아이들의 마음을 그림으로 어루만지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학생의 변화는 거창한 환경의 변화에서 온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던 ‘뚜껑’을 열어젖힌 한순간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진로도 마찬가지다. 진로는 단순히 ‘무슨 일을 할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가능성을 가진 존재인가’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그 가능성은 언제나 우리의 안에 잠들어 있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만든 뚜껑 때문에 보지 못할 뿐이다. 진로란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묻기보다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를 믿는 과정이기도 하다. 학교의 진로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학생들에게 “이 길이 맞다”를 알려주는 수업이 아니다. “내가 몰랐던 길도 있구나”, “내가 해보지 않은 일 속에도 나의 가능성이 있구나”를 깨닫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협동, 새로운 체험학습, 봉사활동, 진로 특강… 이런 활동들이 바로 뚜껑을 여는 작은 열쇠가 된다.

한 CEO가 학생들에게 꿈과 진로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 존재하지 않던 직업이 내일은 가장 유망한 미래의 직업이 된다. 그런 시대에 진로를 찾는다는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길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자신이 만들어놓은 뚜껑을 벗겨내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혹시 지금,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품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미 늦었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뚜껑을 벗어던질 때다. 벼룩처럼 본래 우리 안에도 수백 배의 잠재력과 도전의 힘이 숨어 있다. 단지 ‘안 된다’는 생각이 그 힘을 막고 있을 뿐이다.

학생들이 학교 건물 앞에서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며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진로는 남이 정해주는 길이 아니다. 스스로 한계를 깨고, 자신을 믿는 순간에만 열리는 문이다. 진로를 탐색한다는 것은 결국, 한계를 깨고 자신을 새롭게 규정하는 용기를 배우는 과정이다. 뚜껑을 덮어둔 채로는 결코 하늘을 볼 수 없다. 오늘, 우리 모두의 마음속 뚜껑을 살짝 열어보자. 그 순간, 세상은 훨씬 넓고, 당신의 가능성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이 뛰어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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