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혁신의 방정식’, 한국 기초과학에 던진 경고

2025년 노벨경제학상이 조엘 모키르, 필리프 아지옹, 피터 하위트 세 명의 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기술 혁신이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임을 수학적으로 입증하고, ‘창조적 파괴’ 메커니즘을 이론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들의 연구는 인류가 지난 200년간 경험한 지속 성장의 원동력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사회에도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산업기술의 성과에 치중하며 기초과학을 뒷전으로 밀어온 구조 속에서, 과연 한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혁신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한국 대학의 절반 이상이 물리학·화학·수학·생물학 등 기초과학 학과를 축소하거나 통폐합했다.‘취업률’과 ‘재정 효율성’이 기준이 되면서 기초학문은 비인기 전공으로 분류됐다.
이로 인해 산업의 근간이 되는 연구 인프라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응용 기술의 경쟁력은 결국 기초과학에서 비롯되는데, 한국은 그 뿌리를 스스로 잘라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은 장기적인 탐구와 실패의 과정을 전제로 하지만, 한국의 연구평가 체계는 여전히 단기 성과 중심이다.
논문 수, 특허 등록 건수 등 수치화된 지표가 연구자의 운명을 좌우한다.
‘3년 내 성과’를 요구하는 정부 과제는 장기 탐구형 연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서울의 한 대학 연구자는 “기초과학은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는데, 현재 구조에선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기초과학 전담 법·제도 부재한국에는 아직 기초과학만을 위한 독립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연구비의 대부분이 산업 응용 연구에 집중돼 있으며, 기초과학 예산은 전체의 15% 수준에 머문다.
이에 따라 세계 수준의 연구소나 장기 프로젝트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과학법 제정과 장기 연구비 보장제도가 병행되지 않으면, 한국의 과학 생태계는 더 이상 자생력을 갖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모키르, 아지옹, 하위트의 연구는 혁신이 시장 경쟁의 부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축적과 과학적 탐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즉, 기초과학이 없는 경제는 장기적 혁신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이들의 이론은 단순한 경제학 모델을 넘어, 과학과 산업, 교육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노벨위원회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의 본질은 곧 기초연구를 토대로 한 지식의 재생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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