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헌민주당이 최근 참의원 선거 결과를 두고 “사실상 패배했다”고 총괄했다. 당내에서는 보수화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마키하라 이즈루 도쿄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늘어나는 ‘우(右)’를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일본 정치는 지금 헌법 9조 개헌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9조는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해 왔지만, 자위대가 사실상 군대로 기능하면서 현실과 헌법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자민당은 ‘자위대 명기’라는 방식의 부분 개헌을 통해 이 간극을 메우려 한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전후 일본의 뿌리 깊은 전쟁 트라우마에 기대어 개헌 반대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미·중 대립 속에서 동북아 안보 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일본과 중국이 직접 대치하는 구조가 고착되는 양상이다. 이런 현실은 최소한 자위대를 헌법상 ‘군대’로 명시하는 수준의 개헌은 불가피하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개헌의 방향성이다. 자민당식 개헌은 군사력 강화 논란을 불러올 수 있지만, 야당이 내세울 수 있는 대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군대를 보유하되 다시는 침략하지 않는다’는 식의 새로운 9조 해석이 가능할지, 혹은 아예 독자 노선을 구축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입헌민주당의 패배는 단순한 선거 결과를 넘어 일본 보수화 흐름 속에서 야당이 어떤 정체성을 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9조 개헌을 둘러싼 선택이 일본 정치의 향후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다가오고 있다.